민주당이 5일, 차기 총선 선거제를 준연동형으로 하고 국힘당이 위성정당을 창당한 이상 민주당도 범민주 세력이 연합한 ‘연합비례당’을 만들겠다고 선언하자 한동훈이 발끈하고 나섰다. 이 소식을 들은 한동훈은 “왜 5천만 국민이 이재명 한 사람의 기분과 눈치를 봐야 하느냐”며 “이건 민주주의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동훈의 이 말은 5천만 국민이 모두 국힘당을 지지할 때나 가능한 말이다. 국정 지지율로 보나 정당 지지율로 보나 5천만 국민이 이재명 한 사람의 기분과 눈치를 본다, 라는 한동훈의 주장은 어불성설, 즉 궤변이다. 선거제는 하나의 수단이지, 그것 자체에 무슨 선악의 개념이 있는 건 아니다.
준연동형 이해하기 어렵다는 한동훈
한동훈은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 도중 이재명 대표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겠다는 내용의 소식을 들은 뒤 “그 제도는 왜 그렇게 표가 계산돼야만 하는지 논리적, 필연적 근거가 없다. 제가 봐도 헷갈리니 국민은 자기 표가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아직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이해하기 어렵다면 왜 집권여당 비대위원장은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준연동형은 이미 21대 총선에서 실시한 바가 있는데, 그것도 이해를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한동훈은 “우리는 병립형으로 국민 민의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병립형은 5천만 국민이 찬성하고 있는가? 병립형은 지역구 당선자 수와 상관없이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를 배분하는 방식으로, 소수 정당이 얻은 표가 사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왜 국민이 이재명 눈치를 보나?
한동훈은 “4·10 선거에서 이것을 심판하지 못하면 이재명 눈치를 계속 보고 살아야 하는 민주주의 파탄이 더 심화하고 지속될 것이다. 분발하자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언제는 운동권 심판하자고 하더니 이제 준연동형제를 심판하자고 하니, 자꾸만 심판만 하면 소는 누가 키우나? 그리고 왜 국민들이 이재명 눈치만보고 살아야 하나? 근거를 대도 좀 합리적으로 대라.
하긴 사직에 가서 롯데 야구를 보았다고 했다가 그 시기는 무관중 시합 때라는 반박이 나오자 2008년에 찍은 사진을 올리고, “내가 말한 것은 사직구장이 아니라, 사직이다”라고 변명한 한동훈이고 보면 그에게 논리를 기대한다는 것은 돼지에게 공자님의 말씀을 해주길 바라는 것과 같다. 오죽 했으면 하는 소송마다 패소하겠는가?
민주당 및 소수 정당 일제히 환영
이재명 대표가 광주를 방문 중 민주당이 차기 총선 선거제를 준연동형으로 하고 국힘당이 위성정당을 창당한 이상 민주당도 범민주 세력이 연합한 ‘연합비례당’을 만들겠다고 선언하자 민주당은 물론,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 소수 정당도 일제히 환영하고 나섰다.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도부는 '이제 총선 승리를 위해 단결하자'며 힘을 실어줬다. 정청래 수석최고위원은 "그 결단을 존중한다"며 "결정되기까지의 과정에서 치열한 토론을 하고, 그 결정에 승복하고 존중하는 것이 민주주의 기본 원칙이다. 이제 윤석열 정권 심판이라는 시대정신에 충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대 최고위원도 "이번 총선은 윤석열 검찰독재정권 심판의 장이 되어야 한다. 모두가 단단하게 뭉쳐야 한다"며 "선거제에 대해 다양한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그것이 윤석열 정권 심판이란 대의를 뛰어넘을 수 없다. 더 큰 승리를 위해 통 크게 단결해야 할 때"라고 했다. 심지어 선거제 때문에 불출마를 선언한 이탄희 의원도 환영했다.
한동훈 비논리에 민주당 맹공
이에 대해 한동훈이 비판하자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자기 예상대로 안 되니 언짢은가. 허를 찔리고 나니 초조하고 불안한가. 스스로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고 생각했을 텐데 뜻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으니 당혹스럽나. 법전 외우는 머리가 비상할지는 모르겠으나, 국민과 공감하며 국민의 마음을 읽어내는 데에는 더 많은 단련이 필요하겠다"고 성토했다.
'반윤석열 개혁연합'을 촉구해온 용혜인 새진보연합 대표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권심판과 역사의 진보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통합형비례정당을 추진해 승리를 만들어내자는 이재명 대표의 제안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한동훈만 초조불안?
이처럼 민주당이 모처럼 한 목소리를 내고 범민주 세력이 연합해 비례연합당을 만든다고 하자, 한동훈이 궤변을 늘어놓은 것으로 봐 총선 참패를 예감하고 있는 것 같다. 거기에다 1호로 영입한 김경율마저 불출마를 선언했으니 이제 누가 운동권을 심판할까?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운동권 청산을 선거 전략이라고 내미는지 한심하다 못해 측은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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