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악몽을 꾸는 것 같았다. 한국축구 얘기다. 윤석열 정권 들어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더니 축구마저 참사를 일으켰다. 피파 랭킹 87위인 요르단에 랭킹 23위인 한국이 유효슈팅 한 번 못 날리고 2대 0으로 지자 여기저기서 분노가 터져 나왔다. 선수들은 마치 무엇에 홀린 듯 패스미스를 연발했고, 교체되어 나온 조규성은 빈 골대에 ‘홈런’을 날렸다. 손흥민도 이강인도 황의찬도 요르단 수비를 뚫지 못했다. 그런데도 클리스만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미소를 머금었다. 마치 지지율이 내려가도 괜찮다는 윤석열을 연상케 했다. 2월 7일은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치욕의 날로 기억될 것이다.
아침이 밝았다. 그 와중에 윤석열이 김관진, 김기춘 등을 특별사면한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는 격이다. 윤석열은 이명박 정부 시절에 국가정보유출죄로 유죄를 받은 김태효를 특별사면해주고 안보실 제1차장으로 임명해 논란이 되었다. 윤석열은 그것도 모자라 유죄가 확정된 지 얼마 안 된 김태우를 특별사면해주고, 강서구청장 선거에 출마시켰다가 역대급 참패를 당하게 하였다. 마치 클리스만이 조규성을 계속 기용하는 것 같았다. 전 MBC 사장 등도 특별사면 명단에 올랐다. 이미 퇴장한 선수들을 다시 기용한 셈이다.
상고 취하, 사전 교감설 의심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은 이명박 정권 때 군을 동원해 ‘정치 댓글’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8월 서울고법 파기 환송심에서 징역 2년 유죄 판결을 선고받았다. 그는 당시 판결에 불복해 재상고했지만, 이달 초 스스로 제상고를 취하해 형이 확정됐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박근혜 정권 때 특정 문화예술인 등을 정부 지원에서 배제한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실형이 확정됐다.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모두 상고를 취하했다. 특별 사면에 자신이 포함된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특별사면은 형이 확정된 사람에 한해서만 이뤄질 수 있다. 김관진의 경우 재상고 취하로 형이 확정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특별사면을 받았다. 재상고 의사를 밝혔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도 상고장을 내지 않으면서 지난달 말 형이 확정됐고, 결국 특별사면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어떻게 알았는지 'TV조선' 등에서 두 사람의 사면설을 미리 흘려 더 논란이 되었다. 그러자 '사전교감설' 의혹이 일었다.
자기가 수사해 구속시키고 자기가 사면, 전형적인 자기부정
웃기는 것은 이 두 사람을 당시 윤석열이 수사해 구속시켰다는 점이다. 자신이 구속시켜 놓고 자신이 풀어준 셈이다. 이런 걸 ‘병 주고 약 준다’고 한다. 중국에는 칠종칠금(七縱七擒)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는데, ‘제갈량이 맹획을 일곱 번 놓아주고 일곱 번 사로잡았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로, 상대방을 마음대로 다룰 때 흔히 하는 말이다. 우리나라 식으로 하면 ‘엿장수 마음대’로에 해당한다. 윤석열이 엿장수가 된 셈이다.
이 뉴스가 나가자 '군인권센터'는 성명을 통해 "총선을 앞두고 군이 선거에 적극 개입하라는 암묵적 지시나 다름없다”라며 “김관진 사면’은 정치군인과 정치검사의 권력 사유화”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군인권센터는 “일각에서는 재상고를 취하해야 특별사면이 가능하기 때문에 대통령으로부터 사면을 약속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라고 성토했다.
박근혜 회고록에 윤석열 의문의 일패
박근혜 국정 농단 특검을 이끈 수사 팀장이 바로 윤석열이었고 한동훈도 팀원이었다. 그런데 윤석열은 대선 때 박근혜를 찾아가 “그땐 면목 없었습니다”라고 사실상 사과했다. 그 후에도 윤석열은 세 번이나 박근혜를 만났다. 박근혜는 최근 회고록을 냈는데, 거기 “전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았다”라고 기술되어 있다. 이 말은 자신이 국정농단으로 탄핵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윤석열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박근혜를 최순실과 경제 공동체로 ‘엮어’ 잡아넣은 셈이 된다. 윤석열이 의문의 일패를 당한 셈이다.
윤석열 장모 가석방?
한편 349억 은행통장 잔고 위조 혐의로 법정구속이 되어 1년 선고를 받은 윤석열의 장모 최은순이 가석방될 거라는 소문도 있다. 법무부는 최은순이 고령이고 지병이 있으며 초범이고 교도소 생활을 모범적으로 해 가석방 대상이라고 했지만, 중요한 것은 법이 아니라 국민정서다. 이런 경우 가석방이 아니라, ‘형집행정지’를 신청해야 옳다. 이게 논란이 되자 법무부는 윤석열의 장모 최은순이 가석방을 신청한 적이 없다고 둘러댔다. 하지만 가석방은 본인이 아니라 법무부가 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총선을 의식해 최은순은 5월 부처님 오신 날에 가석방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별사면 총선에 더 악영향 미칠 것
군대를 동원해 댓글 조작이나 하고,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불이익을 준 사람들을 자기가 수사해 구속시켜 놓고 총선을 의식해 특별사면 해주면 국힘당이 4월 총선에서 승리할까? 오히려 역풍에 더 참패할 것이다. 부산엑스포 유치 참패로 PK여론이 안 좋자 재벌들을 몽땅 데리고 내려가 ‘떡볶이 쇼’를 하더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경영권 승계 소송에 무죄를 선고하고, 국정농단 개입 혐의도 특별사면해준다니 기가 막힌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 이 모든 것은 재수사가 이루어질 것이다. 민심엔 ‘일사부재리원칙’ 따윈 통하지 않는다. 미친 축구, 미친 정권이다. 국민들이 외치고 있다. “감독도 갈아야 하고, 윤석열도 갈아야 한다.”라고 말이다. 올해 설 밥상에는 축구와 윤석열 탄핵이 반찬으로 올라갈 것이다. 소주도 더 많이 팔릴 것이다. 이게 나라인가?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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