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 시스템 공천, 멋있는 공천’을 하겠다며 민주당 공천을 ‘이재명 사천’이라 비판했는데, 알고 보니 국힘당 공천은 ‘친윤 공천’, ‘김건희 특검 방탄’ 공천이었다. 민주당이 현역의원 컷오프가 다수 나온 반면에 국힘당은 지금까지 현역의원이 컷오프 된 경우는 없었다. 이유는 컷오프 할 경우 김건희 특검 재의결 때 반란표가 나올까 두려워서일 것이다.
청년 강조하더니 청년 공천 거의 전멸
지금까지 드러난 국힘당 공천은 참신함이란 보이지 않았고, 특히 청년을 그토록 강조하더니 정작 청년 공천은 보기 힘들었다. 이준석이 탈당해 청년들에게 공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한 것 같다. 여명(서울 동대문갑)·이동석(충북 충주)·최지우(충북 제천단양) 전 행정관 등 용산 출신 청년 후보자들은 경선에서 탈락했다.
대구 중남을 희망한 강사빈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경선 후보자에서도 배제됐다. 그나마 살아남은 신인들은 대부분 험지로 배정되었다. 정성국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부산 진갑)을 제외하면 대부분 영입인재들이 수도권과 호남 등에서 민주당 현역 의원과 맞붙는데 이길 사람이 별로 없다.
친윤들은 대부분 양지에서 공천
반면에 이른바 ‘친윤들’은 대부분 ‘양지’에서 공천을 따냈다. 친윤 핵심인 이철규 의원은 경선 상대가 사퇴하며 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에서 단수공천을 받았다. 권성동 의원도 강원 강릉에서 단수공천을 받았고, 유상범(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창), 강민국(경남 진주을), 배현진(서울 송파을) 의원도 단수공천을 받았다.
대통령실에서 근무했던 사람들도 여당 우세 지역구에 배치된 경우가 더 많았다. 주진우 전 법률비서관(부산 해운대갑),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경기 용인갑), 강승규 전 시민사회수석(충남 홍성예산), 조지연 전 행정관(경북 경산) 등이 대표적이다.
TK대부분 현역 승리
28일 실시된 국힘당 2차 경선 결과 대구경북 11개 선거구에서 현역 10명이 생존했다. 애초 대규모 물갈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대부분의 도전자들이 현역의 벽을 넘지 못했다. 대구 서구 김상훈, 북구을 김승수, 수성구갑 주호영 등 현역 의원 3명이 본선에 올랐다.
중구남구는 임병헌, 도태우 후보가 결선 투표를 치르고, 달서구병에서만 권영진 후보가 현역 김용판 의원을 꺾었다. 경북에선 포항북구 김정재, 김천 송언석, 경주 김석기, 구미시갑 구자근, 상주문경 임이자 등 현역 5명이 본선에 진출했고, 포항남울릉은 김병욱, 이상휘 후보가 결선에 올랐다. 대구경북 현역 11명 중 10명이 생존하면서 대규모 물갈이 예측은 빗나갔다.
현역 교체 안 하는 게 이기는 공천?
국힘당은 당내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기는 공천을 위한 과정이”라고 반박했다. 한동훈은 “국민의힘 공천과정에서 어떤 계파, 출신에 대한 방향성이 보이나. 저는 안 보인다”며 “현역 의원들이 지역 지지자들을 충분히 설득할 만한 능력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 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경남지역 선거구 16곳 중 11곳도 단수 공천되었다. 강민국(진주을), 박대출(진주갑), 윤한홍(창원 마산회원), 정점식(통영고성), 최형두(창원 마산합포) 등 대부분 ‘친윤라인’들이다. 조해진과 김태호만 각각 김해을, 양산을로 지역구를 바꾸었다. 한편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은 서울 영등포을 출마를 포기했다. 여러 지역에 출마를 원했으나, 거기에 친윤이 투입되자 경선 자체도 포기한 것 같다. 결국 용와대에 잠시 이용되다가 버려진 모양새다.
김건희 특검 방탄 공천
국힘당이 TK에서마저 과감하게 공천 혁신을 이루지 못하고 현역들이 대부분 공천받은 것은 만약 현역을 컷오프할 경우 김건희 특검 재의결 때 반란표가 나올까 두려워서일 것이다. 그러나 ‘윤심’ 공천이 드러나자 여기저기서 불만들이 표출되고 있다. 강남에 국민 추천제를 도입한다고 하지만 그 국민이 결국 국힘당 당원들이므로 아무 의미가 없다. 거긴 누가 공천되든 당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친윤들이 대거 공찬됨으로써 인요한이 강조한 물갈이는 실패로 끝났고, 영남 3선 이상 불출마도 말장난에 그치고 말았다.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 후 '인요한 혁신위'에서 제기한 '친윤·중진 희생론'이 무색해졌다.
대통령실은 "용산 의중이 개입된 것은 없다"고 했지만 이를 믿는 이는 거의 없다. 한동훈이 강조한 '시스템 공천'도 윤석열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따라서 국힘당은 인사들은 드러내놓고 말은 못하지만 속으론 불만과 냉소적인 기류가 감돌고 있다고 한다.
한동훈은 '무감동 공천' 비판에 '억까'(억지비난)라고 반박했지만, 여권 쇄신을 원한 민심과 거리가 멀다. 과감한 인적쇄신 없이 기득권에 안주하는 정당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한동훈의 ‘멋있는 공천’은 사실상 친윤 공천에 김건희 특검 방탄 공천에 지나지 않았다. ‘빛 좋은 개살구 공천’인 셈이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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