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KBS '간판 언론인' 대거 퇴직..野 "진짜 떠나야 할 사람은 박민"정세진·김원장·박종훈 등 앵커, 기자 퇴직.."사내 구성원들 자괴감 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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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 KBS 사장. 연합뉴스
창사 50주년이 무색하게 적자에 휘청이던 KBS가 드라마, 예능 등 줄줄이 폐지 소식을 알리는 가운데 정세진 앵커와 김원장 기자, 박종훈 기자 등 KBS를 대표해 온 앵커와 기자 약 87명이 대거 퇴직 신청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은 29일 "언론인들이 떠나는 공영방송, 진짜 떠나야 하는 사람은 박민"이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대통령만 바라보는 ‘땡윤뉴스’, 대통령 홍보 방송으로 전락한 KBS의 현실을 똑똑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럽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선다윗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박민 사장 취임 이후 올바른 저널리즘을 추구하기 불가능해진 KBS의 환경에 절망하며 사람들이 떠나가고 있는 것”이라며 "KBS의 예상을 뛰어넘는 인재 유출이다. 박민 사장은 당초 퇴직금 예산을 98억 책정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퇴직자가 발생하면서 190억의 예산이 소요될 것이라고 한다"라고 지적했다.
선다윗 부대변인은 “총선 뒤에 방영되는 세월호 추모 다큐마저 총선에 영향을 준다며 중단시키고, 공영방송의 본분을 망각한 건국전쟁 띄우기를 지시하는 현실을 언론인들이 참을 수 있었겠냐?”라고 비판했다.
그는 “무너져가는 공영방송의 모습은 KBS 구성원은 물론이고 국민의 인내마저 시험하고 있다. 직원들도 국민도 정이 떨어지도록 만드는 것이 박민 사장의 목적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KBS에서 나가야 할 사람은 박민 사장”이라 지목하고는 “박민 사장은 더 이상 KBS를 망치지 말고 당장 떠나라”고 요구했다.
지난 1997년 입사해 27년 동안 KBS에 근무한 정세진 KBS 아나운서. 명예퇴직을 신청해 29일자로 퇴사한다.
이번에 명예퇴직을 신청한 KBS의 한 중견 기자는 한겨레에 “저보다 연차도 어리고 조직 안에서 콘텐츠 경쟁력이 두드러졌던 기자들이 떠나게 됐다”라며 “이유는 직접 들어봐야겠지만 경쟁력 있는 기자들이 떠나는 것은 회사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지금 프로그램의 공영성·경쟁력 등에 대한 구성원들의 우려, 자괴감 등이 퍼져 있다”고 전했다.
지난 1월 31일 열린 정기이사회에서 통과된 예산안에 따르면 KBS의 올해 수입은 1조 2450억원, 비용 1조 3881억 원으로 적자만 1431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KBS는 TV 수신료 분리 징수와 광고 감소로 인해 내년에는 3천400억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구조조정에 나선 상황이다.
'기자협회보'에 따르면 박민 사장 취임후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조합원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응답 1030명·그래픽)에서 받아든 성적표는 부정평가 88.1%다. 지난 1월 22일~26일 진행된 해당 설문조사에서 현재 KBS 상황 평가에 대한 긍정 응답은 1.7%뿐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박민 사장 취임 직후부터 KBS 내부는 수많은 논란이 있어왔다. 지금까지 수뇌부 인사, 뉴스·시사프로그램 편향성, 제작 자율성 침해, 경영 기조 문제 등으로 박민 사장과 경영진을 비판하는 연명 성명을 낸 구성원만 수백 명에 달한다. 가장 최근엔 국장 임명동의제 파행, TV 수신료 분리 징수 시행 유예 등으로 내부 혼란은 더해진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