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동상' 기어이 대구 도심에..."홍준표, 시민 비웃었다" 분노국힘 30명 찬성, 민주당 1명 반대, 기권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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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대구시의회 본회의장 입구에서 '대구시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안'에 반발하는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 범시민운동본부> 소속 사회활동가들 시의회 청원경찰 등이 충돌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일 독재자 우상화 반대", "인권탄압의 상징 박정희 동상 절대 안된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여론 수렴 없이 추진해 비판을 받은 '박정희 동상' 건립을 위해 필요한 추가경정예산안 14억5000만 원과 조례안 처리가 시민사회단체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2일 오전 대구시의회를 통과했다.
올해 안으로 대구시는 동구 신천동 동대구역 광장과 남구 대명동 대구도서관 광장에 박정희 동상 2개를 건립한다. 동대구역 광장에 3m, 대구도서관 광장에 6m짜리 동상을 각각 건립할 계획이다. 아울러 동대구역 광장도 '박정희 광장'으로 이름을 바꾼다.
대구시의회는 이날 제308차 임시회 제3차 본회의를 열어 '박정희 지원 조례안'을 국힘 찬성 30표, 민주당 반대 1표, 기권 1표로 통과시켰다. 이날 영남지역 '평화뉴스'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소속 육정미 대구시의원만 홀로 반대 토론을 했다.
조례안 통과에 앞서 방청석에 있던 <박정희 우상화 반대 범시민운동본부>와 <대구참여연대> 등 소속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조례안을 발의한 홍준표 대구시장과 조례를 통과시킨 대구시의원들을 향해 거세게 반발했다.
육정미 시의원은 "홍 시장은 지난해 '비상재정'을 선포했으면서 공론화도 밟지 않고 논란의 동상 건립을 강행해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라며 "훗날 독선의 상징으로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 시민단체는 이날 오전 8시 30분부터 인간 띠 잇기를 통해 대구시의회를 둘러싸고 "박정희 기념사업 조례 통과 반대"를 요구했다. 끝내 조례안이 통과되자 분노한 시민활동가들은 본회의장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만규 의장의 "퇴장" 명령에 따라 이들 모두 본회의장 밖으로 끌려나갔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조례안에 대한 질의와 토론이 없이 가결되는 상황을 보고 규탄 발언을 하려다, 또 펼침막을 펼치려다 (청원경찰에 의해) 끌려나왔다”라면서 “이 모습을 보는 홍준표 시장과 눈이 마주쳤는데 비웃고 있었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강 사무처장은 “오늘은 지방자치 역사에서 대구시의회가 존립 근거를 스스로 무너뜨린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울분을 삭이지 못했다.
조례안 통과 이후에는 박정희 정권 당시 인권탄압 대표 사건인 <인혁당 조작 사건> 피해 유가족들이 대구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는 "인혁당 재건위 조작사건으로 아버지들은 감금 당하고 죽음을 맞았다"라며 "그런데 동대구역 광장에 박정희 동상을 건립하다니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길이 없다"라고 규탄했다.
'인혁당 조작사건'은 1974년 일어난 박정희 정권의 '사법살인' 사건으로 지난 1972년 10월 유신을 선포하자 전국에서 유신 반대 시위가 발생했다. 1975년 4월 긴급조치 4호를 선포하고 민청학련의 배후로 인혁당재건위원회를 지목했다. 같은 해 4월 8일 관련자 8명에 대해 사형을 선고했고, 하루 만에 즉각 사형을 집행해 4월 9일은 세계 사법 역사상 '암흑의 날'로 불리고 있다.
인혁당 조작사건 유족 라문석씨는 "박정희는 친일파에 5.16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한 뒤 민주주의를 탄압하고, 유신헌법을 만든 독재자"라며 "동상이라니 웬 마늘 하늘에 청천벽력이냐"라고 탄식했다.
임성종 '박정희 우상화 사업 반대 범시민운동본부 준비위원회' 상임집행위원장은 "동상 건립이 웬 말이냐"라며 "홍준표 시장과 대구시의회는 역사의 죄인이다. 즉각 조례안을 폐지하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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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혁당 사건> 피해자 유가족들과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 범시민운동본부>, 시민활동가 등이 박정희 동상 건립에 반대하며 대구시의회 본회의 의결을 앞둔 2일 시의회 주차장에서 규탄 집회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