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 및 해병대 수사 개입 특검 문제로 여야가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을 정도로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국힘당에서는 소위 ‘잠룡’들이 티격태격 싸우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그 중심에 한동훈, 홍준표, 오세훈이 있다. 국힘당에서 차기 대선 후보 경선에 나갈 사람들은 한동훈, 홍준표, 오세훈, 안철수, 원희룡, 나경원 정도다. 그중 한동훈과 홍준표가 일찌감치 공방을 주고받고 있다. 지금까지는 홍준표가 일방적으로 한동훈을 저격했는데,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두 사람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전개될 예정이다.
한동훈, 홍준표 싸움에 오세훈도 가세
그런데 최근 한동훈이 윤석열 정권의 ‘해외직구금지’를 비판하자 엉뚱하게 오세훈이 나서 잘못된 처신이라고 건드렸다. 그러자 한동훈이 “서울시장께서 저의 의견제시를 잘못된 ‘처신’이라고 하셨던데,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건설적인 의견제시를 ‘처신’ 차원에서 다루는 것에 공감할 분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두 사람이 겉으로는 윤석열 정권의 정책 가지고 의견이 다른 것처럼 하고 있지만, 사실은 이미 차기 대선 경쟁이 시작되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하지만 국힘당은 지금까지 유지해온 보수 이미지론 어떤 선거에서도 이기기 힘들다. 따라서 차기 대선은 한동훈 대 오세훈이 보수 후보가 되기 위해 건곤일척할 공산이 크다. 홍준표가 한동훈을 저격하며 자신이 진짜 보수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미 두 번이나 대선에서 실패했고, 대구와 경북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중도 외연 확장엔 한계가 있다.
원희룡도 한때 ‘잠룡’으로 부각되었으나, 최근 영수회담 비선라인에서 터져 나온 말 때문에 윤석열과의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후문이다. 그래서인지 원희룡은 최근 자청해 한동훈을 만났다. 겉으로는 총선 때 한동훈이 계양을에 와서 유세를 해준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라지만, 속내는 최근 두 사람이 용산에서 배척당한 것에 대한 일종의 동병상련이 작용했다는 말도 들려온다.
한동훈 실세에서 변방의 장수로 전락
총선 전까지만 해도 국힘당 차기 대선 후보는 한동훈이 될 것 같았다. 그러나 한동훈이 국힘당 비대위원장으로 가 총선을 이끈 후 한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총선 승리보다 자기정치와 이미지정치에 몰두했다는 평가가 나온 것이다. 한동훈이 용산의 눈 밖에 난 결정적인 계기는 한동훈이 비대위원으로 영입한 김경율이 김건희를 프랑스 혁명을 촉발시킨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유한 것 때문이다.
이에 격노한 김건희가 한동훈 사퇴를 압박했다는 게 정설이다. 특히 김경율이 말한 마리 앙투아네트의 ‘난잡한 사생활’ 운운 한 말이 김건희를 격노시킨 것 같다. 거기에다 한동훈이 김건희가 받은 명품 수수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한 것도 용산의 눈밖에 난 계기 같다. 한동훈은 윤석열 정권의 실정에 대해 “그게 왜 제 잘못이냐?”라고 말해 용산이 분노했다는 전언이다.
윤석열이 홍준표 만난 이유
그래서일까, 윤석열은 총선 후 홍준표 대구시장을 만나 오찬을 함께 했다. 홍준표가 연일 한동훈을 저격했으므로 한동훈으로선 속이 부글부글 끓었을 것이다. 그러나 총선 후 정중동 자세를 보이던 한동훈이 최근 활동을 시작해 당직자도 만나고 일부러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하였다. 한동훈이 집이 아닌 도서관에서 책을 읽은 것은 ‘제발 나 좀 기억해 주라’는 하소연으로 보인다.
홍준표가 윤석열과의 오찬 후에도 한동훈을 지속적으로 저격한 것으로 봐 용산의 뜻이 홍준표에게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정치 경력으로 보나 대구와 경북에서의 인기로 보나 한동훈보다 홍준표가 낫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홍준표는 이미 대선에서 두 번이나 낙선한 바 있고, 안하무인격 거친 언어 사용과 수구적 사고로 중도층을 확보하기에 쉽지 않을 것이다.
캐비닛 열릴 수도
만약 용산의 뜻이 홍준표에게 있고 한동훈이 장애가 된다면 검찰 캐비닛이 열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도 매우 위험하다. 왜냐하면 한동훈 역시 윤석열의 모든 것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 폭로전이라도 벌어지면 그 길로 보수는 공멸할 수도 있다.
만약 용산의 뜻이 홍준표에게 있다는 게 노골적으로 드러나면 한동훈과 원희룡이 연합해 홍준표를 공략할 가능성이 높다. 거기에 오세훈도 가담할 가능성이 높은데, 현재로서는 오세훈은 우군이 별로 없다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정치는 고차 방정식이어서 금방 답이 나올 것 같아도 나오지 않는다. 중간에 돌발 변수가 생길 수도 있고, 용산의 뜻과 당원 및 민심의 뜻에 괴리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과 멀리 한 사람이 대선 후보될 수도
예상컨대 국힘당 차기 대선 후보는 윤석열과 멀리 할수록 더 지지를 받을 것이다. 이번 총선 때도 국힘당 후보들은 공보물에 윤석열과 같이 찍은 사진을 싣지 않았다. ‘찐윤’ 몇몇만 윤석열 사진을 실었다. 영남을 제외하고 대통령실 출신들은 대부분 총선에서 낙선했다.
따라서 최근 홍준표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나선 것은 좋은 전략이 아니다. 오히려 용산을 비판하고 진짜 보수는 자기라고 해야 그나마 보수층 지지라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에서 가장 경계할 사람은 오히려 오세훈이다. 그는 호감도가 비교적 높고 중도 외연 확장에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태원 참사 때 그가 보여준 태도는 실망 그 자체였다. 하필 오세훈이 서울시장 재직 때 대형 사고가 많이 난 것도 문제다.
차기 서울시장 선거엔 민주당에서 홍익표가 나설 것
오세훈은 서울시장 3선 제한 때문에 시정보다 대선 준비에 더 박차를 가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이명박이 은밀하게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오세훈의 그 유약함에 있다. 윤석열 정권에 할 말 못하고 무슨 차기 대선 후보란 말인가? 차기 서울시장도 민주당이 차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차기 서울시장 선거엔 민주당에서는 홍익표가 나설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이미지도 좋고 서초에서도 40% 넘게 득표한 저력이 있기 때문이다. 박영선도 나설 수 있지만 저번에 발생한 총리 추천설 때문에 민주당 당원들로부터 낙인이 찍혀 힘들 것이다. 국힘당에서는 나경원이나 안철수가 출마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서울시 부시장을 지낸 오신환도 경선에 나설 것이다.
지금은 조용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국힘당은 차기 당대표 및 대선 후보를 두고 서로 치고받는 싸움이 전개될 것이다. 이준석이 진짜 보수를 건설하겠다며 국힘당으로 들어 갈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보수가 대분열되어 어쩌면 보수가 공멸될지도 모른다. 그 모든 게 윤석열 같은 인간을 영입한 대가다. 다시 강조하지만 윤석열과 가까이 한 사람은 어떤 선거에서도 떨어질 것이다. 그게 민심이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