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운영의 최고 결정은 이사들이 하는데, 이사들을 전원 일본인으로 교체했다는 것은 네이버는 더 이상 회사 운영에 개입할 수 없다는 방증이다. 다만 매각했다고 하면 한국에서 욕을 얻어먹을 것 같자 이사들만 교체하는 꼼수를 부린 것 같다. 윤석열 정권은 이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IT후진국 일본의 자존심
일본은 다른 기술은 앞서가는데 IT기술은 우리에게 뒤져 우리의 카톡 같은 것을 자체 개발하지 못했다. 그러나 2011년에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때 대부분의 휴대폰이 먹통이었으나, 라인만은 살아 있어 위기에 처한 일본인들이 서로 연락을 취할 수 있었다. 그후 라인이 일본의 ‘카톡’이 되어 1억 명 가까이 이용하고, 그밖에 동남아까지 퍼져 수억 명이 사용하고 있다.
‘라인야후 사건’은 2024년 일본 정부에서 라인 메신저가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는 이유로 대한민국 기업 네이버를 상대로 라인야후의 지분을 매각하라고 압박한 사건을 말한다. 일본 정부가 2024년 들어 지분 매각을 강요하고 나선 것 이전부터, 라인 메신저는 일본 내에서 메신저의 국적을 어디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꾸준히 있어왔다.
라인야후 및 네이버 측에서는 일본에서 활동하는 일본 메신저라고 주장했으나, 일본 정치권에서는 네이버라는 한국 회사에서 개발했으며, 보안 등의 시스템 운영 및 관리 업무를 위탁받고 있다는 이유에서 한국과 긴밀한 관계인 한국계 메신저로 보는 시각이 짙었다.
그런데 일본이 네이버와 위탁 관계를 종료하겠다고 하는 것은 일본 포털사이트 야후 재팬 웹사이트 검색개발 인증에서 위탁 협력을 종료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네이버와 상관없이 일본 자체만으로 운영하겠다는 뜻이다. 앞서 라인야후는 최근 라인페이 서비스의 일본 내 종료를 발표하고, 소프트뱅크가 운영하는 페이페이로 잔액을 이전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사진 교체는 매각 숨기려는 꼼수
이번 이사회 개편은 라인야후의 경영 독립성을 강화하고, 네이버와의 관계를 정리하려는 의도가 분명한데, 왜 자본관계 즉 매각은 말하지 않는지 궁금하다. 이데자와 CEO는 관심을 끌었던 네이버와 자본 관계 재검토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주지하다시피 윤석열 정권은 현재 일본과 가장 우호적인 관계다. 그런데 라인이 일본에 넘어가면 급격하게 여론이 나빠져 정권 붕괴의 위기까지 치달을 수 있다는 것을 일본이 고려한 것 같다.
한때 기술 선진국이었던 일본이 IT기술은 한국에 뒤져 자존심이 상했는데, 경제와 안보상의 이유를 들어 행정지도를 두 차례나 해 사실상 네이버를 일본에서 축출하려는 계획을 세운 것 같다. 마침 윤석열 정권이 일본에 우호적이니 협조해주리라 믿은 것 같다.
윤석열 정권의 미온적인 대처
라인 사태가 국내에서도 문제가 되었지만 윤석열 정권은 원론적인 말만 늘어놓으며 실질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모처럼 형성된 일본과의 우호적인 관계가 깨질 것을 염려한 것 같다. 윤석열 정권은 "네이버가 원하는 방향대로 돕는다는 게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했지만, 이에 대해 야당은 무책임하다고 성토했다.
한국 내 여론이 매우 부정적으로 흐르자 일본 정부측도 한발 물러난 입장을 피력했다. 일본 관방장관 하야시 요시마사의 발표에 따르면 LINE야후에게 내린 행정지도는 '매각 강요'가 아닌, '보안 강화' 요구였다면서 행정지도의 워딩과는 사뭇 다른 입장을 보였다. 다만 그러면서도 "보안 거버넌스 재검토에는 여러 방책이 있을 수 있다."는 말과 함께 "특정 국가의 기업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위탁처 관리가 적절하게 기능하는 형태여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일본 정부의 태도는 여론을 분산시키고 지분 매각을 달성하게 하기 위한 연막으로 보인다. 보수신문인 조선일보마저 그것을 의심했다. 라인야후 관계자는 "역대 최상의 한일관계라 자화자찬하면서 일본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 기술 기반의 기업이 지금 반강제적으로 지분을 빼앗기게 생겼는데 아무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구한말 나라 뺏기던 과정과 흡사하다. 정말 한심하다."며 윤석열 정권의 대응에 불만을 표시했다.
말로만 우방인 나라 일본
윤석열은 지난해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한 우리의 우방”이라고 했지만, 라인 사태를 보듯 정부가 민간 기업에 압력을 넣어 지분 매각을 강요하는 것은 제국주의 버릇을 버리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일제 강제 징용자 배상금을 우리 기업에 내게 한 일본이 무슨 보편적 가치를 공유한 우리의 우방이란 말인가?
민주주의 및 자본주의 국가인 일본에서 정부가 행정지도를 명목으로 기업의 사유재산인 지분과 경영권, 특히 한국 기업인 네이버의 지분과 경영권에 개입하려 한다는 점 때문에 일본 언론에서도 이례적인 조치라면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당장 지분 매각 요구 자체로도 정당성이 없는데다가 시장경제 논리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처사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역사적으로 한국에 대해 자국의 오리엔탈리즘적인 시각에서 기인한 서열 의식을 지속적으로 표출해 왔으며, 이것이 본 사태에도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 역시 부정할 수 없다. 물론 일본 정부 역시 한국의 여론이 매우 부정적이라는 것을 감안하여 한 발짝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엄연히 민주주의 국가인 일본에서 이런 행정지도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제국주의 습성을 못 바렸다는 방증이다.
친일정권 여론 악화 라인 사태에 대해 국내 여론은 좌우를 막론하고 매우 거세다. 언론 또한 해당 사태에 대해 강경한 논조로 비판하였다. IT 업계에서도 정부 불신 여론 및 일본 국내 사업 관련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한, 한국 정부에서도 상호주의에 따라 보복 조치를 해야한다는 여론 역시 나오고 있다.
윤석열 정권이 일본 정부의 이 같은 압박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는 것에 대해 정치권은 물론이고 언론사들 역시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더 이상 정부가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며 대응을 촉구했다.
윤석열 정부가 시도한 한일 관계 개선이라는 것조차 실상은 '윤석열 정부가 일본의 생떼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굴종에 지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역대 최상의 한일 관계라 자화자찬하면서 일본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 기술 기반의 기업이 반강제적으로 지분을 빼앗기게 생겼는데, 아무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윤석열 정권을 보면 친일정권이란 말이 왜 생겼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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