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슬픈 언어유희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원래 해병대 전우회나 예비역 연대는 보수적 색채가 뚜렷했다. 그런데 채상병 사건이 생긴 후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국가의 부름을 받고 군대에 간 채상병이, 더구나 부모가 10년 만에 정자 임신을 통해 잉태한 그 귀한 아들이, 어느 날 주검으로 돌아왔으니 그 부모의 마음이 어떠했겠는가?
임성근 사단장의 지시로 강물에 투입
군인이 복무를 하다가 사고로 죽을 수도 있다. 문제는 어떤 명령을 수행하다가 순직했느냐이다. 포항 주재 해병대 제1사단 소속인 채상병은 폭우로 급류가 흐르고 있는 내성천에 투입되어 실종된 민간인을 구하려다 급류에 휩쓸려 순직했다.
문제는 그때 채상병이 당연히 입고 있어야 할 구명조끼나 반드시 소지하고 있어야 할 줄도 없이 긴 장화를 신고 물속으로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이는 나중에 알고 보니 임성근 사단장의 명령에 의한 것이었다. 임성근은 당시 작전권이 육군에 넘어가 자신은 지시할 권한이 없었다고 했지만, 모두 거짓말이었다. 임성근과 여단장 사이에 주고받은 문자가 공개된 것이다.
증인 선서도 안 한 임성근 사단장
임성근 사단장은 채상병 특검 국회 입법 청문회에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이시원 공직기강 비서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과 함께 증인 선서를 하지 않았다. 증인 선서를 하고 위증이 드러나면 처벌받기 때문이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자신들이 거짓말을 한다는 고백이기도 하다.
부하가 억울하게 죽었는데, 반성은커녕 변명이나 늘어놓고 심지어 증거가 다 드러났는데도 그런 적 없다고 말하는 임성근 사단장을 보자니 복장이 터질 것 같았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야 윤석열 정권의 사람이니 변명한다고 쳐도 현역 해병대 사단장인 임성근이 거짓말을 하는 장면에 정말 피가 거꾸로 솟았다. 옆에 있으면 주먹이라도 날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유일하게 중계도 안 한 KBS
더욱 분노스러운 것은 다른 방송들은 유튜브를 통해 모두 생중계를 했는데, 유독 공영방송인 KBS만 청문회를 생중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KBS는 “야당 단독으로 하는 입법 청문회라 생중계를 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거기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이시원 전 공직기강 비서관, 유재은 법무부 국방 관리관 등 현 정권 사람들이 모두 와 있었다.
설령 다른 방송들은 생중계를 안 해도 KBS는 생중계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 KBS는 공영방송이고, 국민들이 낸 시청료 납부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박민이 KBS 사장으로 간 후 KBS는 ‘땡윤뉴스’로 변해 버렸다. 전두환 정권 때는 밤9시가 되면 땡 소리와 함께 앵커가 “전두환 대통령은...”하고 시작해 “땡윤 뉴스”란 오명을 들었다.
자신들이 참석하지 않고 민주당이 입법 독주했다 억지 부리는 국힘당
집권여당인 국힘당은 법제사법위원회 상임위원회 구성에 불만을 품고 청문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래놓고 민주당이 입법독주를 했느니, 제복 입은 국인들을 모독했느니 하며 억지를 늘어놓았다. 국힘당 유상범은 민주당 소속 정청래 위원장에게 다가가 시비를 걸다가 정청래 위원장이 “공부 좀 하세요”하고 말하자 “공부는 내가 더 잘한 것 같은데” 하고 말해 비웃음을 샀다.
유상범은 영화 ‘친구’에 나오는 유오성의 친형으로 검사 출신이다. 윤석열과 함께 서울대 법대를 나온 그는 자신이 정청래보다 공부를 더 잘했다고 했는데, 두 사람이 끝장 토론이라도 하면 볼만할 것이다. 한동훈도 서울대 법대 출신이고 원희룡도 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대한민국은 그 잘난 서울대 법대 출신들이 다 망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민들 호응 높아
해병대 예비역 연대와 시민들이 합세해 시가행진을 했는데, 가는 곳마다 시민들의 호응이 높았다. 보수적 색채가 뚜렷한 해병대 출신들이 윤석열 퇴진을 외치며 행진하고 있으니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였다. 그만큼 중도층은 물론 합리적 보수층까지 윤석열 정권에 돌아섰다는 방증이다.
그래서일까, 윤석열을 탄핵해 달라는 국민 청원에 80만 명이 서명했다. 청원을 시작한 지 10일 만이다. 7월 20일까지 서명을 받으니 100만, 아니 200만 명 이상이 서명할지도 모른다. 이것은 국민들이 거리나 광장엔 못 나가도 윤석열 정권이 이만 물러나야 한다는 뜻이다.
안보 최후의 보루 군대 위상 추락
다 썩어도 군대만큼은 살아 있어야 하는데,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후 군대의 위상이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최근에만 군인 다섯 명이 목숨을 잃었다. 얼차려 받다 죽고 왕따 당하다 자살하고... 하긴 윗물이 저 모양이니 아래인들 군기강이 잡히겠는가?
진정한 인보란 전쟁 분위기를 조장해 미국산 무기만 잔뜩 구입하는 게 아니라, 국민들이 전쟁의 위협이 없이 일상에 전념하는 것이다. 남북이 서로 대화하고 교류했을 때, 경제도 좋았다. 즉 평화가 경제요, 밥상인 것이다. 최근 접경지역에 관광객이 끊겨 주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윤석열은 양쪽 시력이 서로 안 맞은 부동시로 군대도 안 갔다. 그런데 검사 임용 때는 시력이 정상이었다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그래놓고 선글라스를 끼고 철책에 가 폼을 잡고 있는 모습을 보노라니, 역시 군대를 안 간 이명박을 보는 듯했다. 해병 원로가 한 말이 귓속에 아직도 맴돈다. “윤석열을 안 보는 것이 진짜 안보다”, 촌철살인이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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