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와 함께 친일의 길로 질주하는 윤석열 정권"미국과 일본에 매달린다고 윤석열의 말로가 안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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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의 친일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는 일찍이 대선 후보 시절에 문재인 정권이 ‘죽창가’를 부르면서 한일 관계를 악화시켰다고 비난하며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협력적인 한일 관계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윤석열은 대통령에 당선되자 거침없이 친일, 숭일의 길로 질주했다. 그의 친일 행각은 식민지 근대화론자인 김낙년을 한국학중앙연구원장으로,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를 주장한 허동현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하는 것을 넘어 뉴라이트 성향 학자인 김형석을 독립기념관장으로 임명하는 데에까지 이르렀다. 광복절 당일 0시에는 기미가요가 KBS에서 흘러나오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런 흐름을 보면서 국민들은 윤석열이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몹시 궁금해하고, 윤석열이 어디까지 갈 것인지 걱정하고 있다.
선을 넘었다, 윤석열 정권의 친일
미국의 외교전문지 ‘디플로매트’는 일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과정에서 조선인 동원의 ‘강제성’이 빠진 것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은 기시다 내각이 자국 역사를 세탁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완벽한 공범”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의 한국 점령을 근대화와 계몽의 원천으로 정당화하고, 일본의 식민지 잔혹행위와 엘리트들의 협력을 미화하는 한국의 뉴라이트 운동에 힘을 실어줬다”면서 윤석열 정권의 뉴라이트화를 우려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한국 독립운동가들의 유산을 말살하고, 식민지 협력자들의 열렬한 반공주의를 강조하는 뉴라이트 인사들로 행정부를 채웠다. … 이는 오늘날 한국의 보수주의를 지탱하고 있는 한국 엘리트들의 친일부역과 광복 이후 이들이 정부를 장악한 연대기를 은폐하기 위한 것(이다).”
90년대까지만 해도 뉴라이트 세력은 전통적인 극우세력 내에서조차 거의 전광훈류의 똘아이 집단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뉴라이트 세력은 이명박 정부 시기부터 눈에 띄게 세력을 확장하더니 오늘날에는 윤석열 정권을 뉴라이트 정권이라고 불러도 무방할만큼 정권과 일체화되었다.
미국 일극패권 시대 도래로 위축된 진보, 간덩이 부은 친일파
한국에서 뉴라이트 세력의 탄생은 국내외 정세가 90년대를 기점으로 급격하게 변화한 것과 관련이 있다. 80년대부터 붕괴 조짐을 보이던 구 소련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주의 진영은 1991년에 소련이 붕괴함으로써 역사 무대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사회주의 진영의 붕괴는 냉전의 다른 한 축이었던 미국의 일극패권 시대로 이어졌다. 미국이 유일무이한 초강대국으로 등장하여 세계를 자기 마음대로 주물러대는 미국의 시대가 온 것이다. 당시만 해도 미국의 일극패권 시대는 영원할 것 같았고, 이를 대변하는 ‘역사의 종언’, ‘역사의 종말’ 같은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국제정세의 변화는 자본주의 나라 진보세력에게는 거대한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자본주의 나라 진보세력은 ‘제3의 길’을 외치거나 친미진보(?)를 표방하면서 변절, 타락했고 그 결과 노동운동을 비롯한 진보운동은 쇠퇴 몰락했다. 한국의 경우에도 90년대 초부터 민주진보운동이 쇠락하기 시작했고, 출세지향적 운동권 인사들이 대거 전향했다.
반면 한국 사회가 적폐청산에 성공하지 못한 결과 친일파들은 해방 이후 지금까지 계속 주류의 지위를 차지해왔다. 그러나 친일파들은 4.19혁명, 80년 ‘서울의 봄’과 광주민중항쟁, 6월항쟁 등이 터져 나올 때마다 그것이 친일파 처벌과 청산으로 이어질까봐 마음 졸이고 두려워했다. 이로 인해 친일파들은 한국 사회의 주류이자 지배층이면서도 자신의 친일 경력을 숨기려 했고 그것이 탄로날 경우 예외없이 사과를 해야만 했다.
그러던 친일파에게 미국 일극패권 시대의 개막과 진보운동 소멸이라는 국내외 정세의 변화는 큰 자신감과 안도감을 주었다. 적어도 친일 문제와 관련해서만큼은 눈치를 보면서 살아오던 친일파들은 ‘이제는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친일파의 시대가 영원할 것이니까’라는 믿음으로 간덩이가 부어 “내가 한국을 지배하는 주인인데, 왜 친일파인 걸 숨기고 부끄러워해야 돼? 이게 말이 돼?”라고 외치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한국에서 뉴라이트가 출몰하게 된 시대적 배경이다.
전통적 극우세력의 사대주의는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
한국의 극우세력은 태생적으로 사대주의적이다. 그들은 자국 독점자본을 대변하는 서구 나라의 우파들과는 달리 국내에서의 독점자본 형성이 미약한 조건에서 미국이 식민통치의 하수인으로 써먹기 위해서 키워낸 정치세력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극우세력의 사대주의는 대체로 합리적 사대주의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합리적이라는 것은 사대의 이유, 동기가 나름 합리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의 전통적 사대주의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이익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완용은 원래 친러파였다. 그가 러시아를 사대했던 것은 그래야 호의호식할 수 있다고 믿어서였다. 그러나 일본이 러시아를 꺾자 이완용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친일파로 변신했다. 일제 강점기 시절 친일파들은 일본과 전쟁 중이던 미국과 영국을 악마 국가로 혐오하면서 ‘귀축영미’를 목청껏 외쳤다. 그러나 미국이 일본을 꺾자 그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단번에 친미파로 변신했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전통적 극우세력은 개인의 이익을 위해 사대를 하는 합리적 사대주의자들이었다.
반면 뉴라이트의 가장 큰 특징은 합리적 사대주의가 아닌 광신적 사대주의라는데 있다. 광신적 사대주의란 마치 광신도들이 사이비 교주를 정신병적으로 추앙하듯이 특정 국가를 맹목적으로 사대 – 심하게는 개인의 이익에 반하는 경우에도 - 하는 것을 말한다. 광신적 사대주의는 한국 사회의 신자유주의화로 인한 정신건강 악화, 미국 일극패권 시대의 도래 같은 외적 충격으로 인한 극심한 공포와 정체성 혼란 등과 관련이 있다. 통속적으로 말해 정신적으로 하자가 있어야 광신적 사대주의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광신적 사대주의는 합리적 사대주의와는 달리 사대의 대상을 바꾸는 것의 거의 불가능하다.
권위주의자 윤석열과 뉴라이트 광신적 사대주의의 결합은 필연
뉴라이트의 터무니없는 주장이 한국 사회에서 사그러지지 않고 꾸준히 확산될 수 있었던 것은 적폐청산 실패와 더불어 한국 사회의 신자유주의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국은 90년대부터 신자유주의 체제로 전환되었는데, 신자유주의는 한국인들에게 승자독식의 개인 간 격투시합을 강요했다. 그 결과 모든 공동체가 파괴되었고 모두가 파편화되어 고립된 개인으로 전락했다. 이러한 부정적인 변화는 한국인들 속에서 우리주의(한국인 고유의 공동체의식)를 크게 약화시킨 반면 개인이기주의와 황금만능주의를 만연시켰다. 한국 사회에서 국가, 민족, 가족 같은 공동체가 아닌 개인의 이익 혹은 돈을 가장 중시하고 절대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에 비례해 ‘나한테 이익이 된다면 친일도 할 수 있다’, ‘내 호주머니에 돈만 넣어준다면, 일본의 식민지가 되어도 괜찮다’는 뉴라이트의 주장에 대한 거부감은 줄어들었다. 한마디로 한국 사회의 신자유주의화가 뉴라이트가 대중화될 수 있는 객관적 조건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미국 일극패권 시대의 사생아인 뉴라이트 세력은 윤석열이 대권 후보로 등장할 무렵에는 전통적인 극우세력과 대등해질 정도로 성장했다. 힘(강자, 권력)을 과도하게, 맹목적으로 추구하고 숭배하는 권위주의적 성격은 광신적 사대주의에 특별히 취약하다. 윤석열은 권위주의적 성격자인 데다 어려서부터 친일파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친일파는 당연히 친미파이기도 하므로 그는 어려서부터 일본과 더불어 미국을 동경하고 숭배하면서 성장했을 것이다. 이런 윤석열이 뉴라이트와 하나가 되는 것은 필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과 일본에 매달린다고 윤석열의 말로가 안전할까
21세기 접어들면서 영원할 것만 같았던 미국의 일극패권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다극화 시대가 도래하게 되었다. 미국(의 네오콘 세력)은 패권 상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지만 패권을 지킬 힘은 없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고안해낸 것이 미국을 추종하는 국가들을 하나의 군사동맹으로 묶는 ‘나토의 세계화’다. 나토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우선 아시아판 나토부터 만들어야 하는데, 여기에서 핵이 바로 한일 군사동맹이다. 아시아판 나토를 만들어 그것을 유럽의 나토와 합쳐 나토를 세계화하고 그것으로 북한, 러시아, 중국 같은 반미국가들과 한번 해보겠다는 것이 미국의 복심이다.
미국은 시급히 한일 군사동맹을 완결하여 나토의 세계화로 나아가려 한다. 한국 국민들의 반대에 신경을 쓸 여유 따위는 없다. 윤석열 정권이 뉴라이트화 되어 노골적으로 친일, 숭일의 길로 질주하는 근본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만일 미국이 일본을 적대시한다면 친일 성향이 제 아무리 강할지라도 윤석열은 일본을 적대시했을 것이다.
미국의 충직한 사냥개이자 맹목적 돌격대인 윤석열은 국민들이 뭐라 하든 한일 군사동맹과 나토의 세계화를 위해 헌신할 것이다. 미국이 우크라이나나 중동 전쟁에 참여하라고 요구하더라도 기꺼이 응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정권 안보를 보장받고 영구집권의 길을 닦을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패망을 목전에 둔 1940년대까지도 친일파들은 일본의 대동아 공영권이 영원할 것이라고 굳게 믿고 그렇게 날쳤다.
김태형 소장 '시민언론민들레' 기고문 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