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는 9월 4일에 ‘국민을 바보로 아는 ’계엄령 괴담‘’이라는 사설을 내보냈다. 그동안 조선일보가 이른바 ‘괴담’이라고 부르는 것이 괴담인 적이 없어 오히려 불안하다. 조선일보가 최근 후쿠시마 핵 오염수 투기에 관한 국민들의 합리적인 우려를 괴담이라고 한다. 조선일보가 그렇게 자신있게 괴담이라고 주장한다면 앞장서서 핵 오염수가 무해함을 증명하면 괴담은 사라질 것이다. 핵 오염수가 그토록 무해한데도 해양 투기를 강행하는 일본을 둘러싼 괴담을 조선일보는 애써 무시한다.
현재 국회에서 다수당이며 차기 정권 창출에도 유리한 위치에 있는 야당이 근거 없이 계엄령 괴담을 유포한다면 무책임하고 심각한 문제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순진한 척 늘어놓는 강변에는 동의할 수 없다. 지금 세상에서 정부가 계엄령을 발동하면 군에서 이에 따를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란다. 참으로 한심한 주장이다.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 그 중에서도 태극기에 이스라엘기, 성조기, 일장기를 흔들어대는 집단은 계엄령을 입에 올린 지 오래다. 윤석열 정권은 이 집단 출신의 인사들을 정부 요직에 등용하고 있는 끔찍한 현실이다.
조선일보의 위선에 가득 찬 능청은 계속된다. ‘만에 하나 정부가 계엄령을 발동한다 해도 헌법상 국회가 재적인원 과반수 찬성으로 해제를 요구하면 계엄은 즉시 해제된다. 민주당과 야권이 192석을 차지한 상황에서 곧바로 해제될 게 뻔한 계엄령을 대통령이 왜 선포하겠나. 계엄령 해제를 막으려 야당 국회의원들을 체포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의원 체포엔 국회 동의가 필요한데 절대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동의해 줄 건가.’ 조선일보는 현재 우리 국민들의 의식을 그들이 우러르는 일본 제국주의 신민 수준으로 믿고 있는 듯하다. 최근 윤석열 정권이 국회에 보이는 적대감이 계엄령 ‘괴담’의 진원으로 생각한다면 조선일보는 스스로 자기만 속는 극단적인 순진무구 쇼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야당이 지난 총선에서 “계엄 저지선”을 구호로 내세웠단다. 그렇다면 야당을 선택한 국민들은 계엄을 괴담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증거다. 야당이 윤 대통령과 같은 충암고 출신들이 계엄령과 관련된 군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고 주장한단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정상적인 언론은 국민이 의구심을 갖지 않도록 감시와 비판을 해야 한다. 대신 조선일보는 ‘충암고 출신 장성은 전체 400명 중 4명에 불과하다.’고 방어막을 쳐준다. 조선일보의 보도 내용이 사실인지는 차치하고라도 4명의 보직이 하필 의심받을 자리에 있으니 해소하는 것이 괴담을 뿌리 뽑는 지름길이라는 상식적인 주장은 찾을 수 없다.
불행히도 우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상황에서 국가 질서 완전 붕괴라는 최악 사태를 가정한 군의 ‘계엄 검토 문건’이라는 사태를 겪은 적이 있다. 이 사건에 대한 수사가 ‘괴담’을 해소할 만큼 철저했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드물다. 오히려 수사하는 시늉만 하다가 그런 불행한 사태가 재발할 수 있는 빌미를 준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국민이 많다. 특히 당시 이 문건을 작성한 기무사의 조현천은 5년 넘는 해외 도피 끝에 윤석열 정부가 집권한 2023년에야 귀국하고 현재 재판을 받고 있으나 국민들의 의혹의 눈초리를 피하긴 어렵다.
조선일보가 괴담으로 지칭하는 계엄령 설의 배경은 쉽게 추측하긴 어렵다. 그러나 이미 확인된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능력 부재는 계엄과 같은 민주주의 파괴 행위를 떠올리게 한다. 만일 조선일보가 균형 잡힌 보도를 한다면 야당의 주장을 괴담이라고 몰아붙이는 데 그치지 않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대한민국을 위해 계엄이란 허황한 꿈은 아예 버리라고 요구해야 한다. 계엄으로 국가와 국민이 겪게 될 재난을 예방하는 것만이 민주주의와 평화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언론이 차지하는 역할은 중차대하다. 그런 의미에서 제대로 된 감시와 비판을 할 수 있는 언론은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데 필수적 존재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외세에 의한 분단으로 정상적인 언론이 자리 잡을 수 없게 되었다. 특히 조선일보는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를 이룩하려는 노력에 붉은색을 칠하며 빨갱이 타령을 늘어놓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일본의 앞잡이로 민족 정론지라는 말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더 이상 국민을 바보로 알지 말고 당장 폐간하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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