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SBS에서 방영한 드라마 ‘모래시계’에 최민수가 나오는데 그가 “나 떨고 있니?” 하고 말할 때 시청자들은 묘한 전율을 느꼈다. 조폭 출신 최민수가 나약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때 드러난 인물의 성격이 바로 캐릭터다. 드라마 ‘모래시계’는 격동의 대한민국 현대사와 개인의 인생이 맞물려, 시대의 풍파에 쓸려나가는 한 인간의 비극적인 삶을 묘사한 걸작 드라마로 오늘날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그때 출연한 고현정, 최민수는 오래 기억되는 캐릭터다.
2024년 한국 언론계에 등장한 독특한 캐릭터
그런데 한국 언론계에 보기 드문 캐릭터가 등장했으니 그가 바로 서울의소리 이명수(1977년 강원도 삼척 출생) 기자다. 지상파 방송국 기자도 아니고, 조중동 기자도 아닌 인테넷 신문사 및 유튜브 방송에서 전국을 매료시킨 캐릭터가 탄생한 것이다. 이명수란 이름은 김건희 7시간 녹취록 공개후 많이 알려졌지만, 그가 언론에 나와 자신의 진면목을 보여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명수 기자는 지난주 김어준이 진행하는 ‘다스뵈이다’에 출현했는데, 약 30분 동안 좌중을 자기 팬으로 만들어버리는 마력을 발휘했다. 웃기기로 소문난 김어준 총수도 머리를 감싸고 너털웃음을 토해낼 지경이었다. 필자는 대전에서 유튜브로 그 영상을 보았는데, 이명수 기자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여성 영화 평론가 표정이 더 재미있었다. 혹시 이명수 기자를 캐릭터로 하여 영화를 만들어볼 생각을 한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런 영화가 나온다면 대히트 할 것이다.
적도 아군으로 만들어버리는 독특한 화술
이명수 기자의 장기는 적도 10분이면 아군으로 만들어버리는 데 있다. 이명수 기자는 뛰어난 외모를 소유한 것은 아니지만 보고만 있어도 친근감이 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그 매력이 적들을 초토화시는 무기인 것이다. 마치 강원도 감자처럼 둥글둥글한 얼굴에 살짝 보조개가 패어 있는 것은 귀엽기까지 하다.
이명수 기자는 기자 훈련을 받은 적도 없다. 따라서 인터뷰하는 법도 어디서 배우지 않았고 무엇을 어떻게 물을지도 잘 모른다. 그러나 사람에겐 천성이란 게 있어 이게 바로 이명수 기자의 최대 무기다. 10분만 만나거나 통화하면 상대가 경계심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물어보지도 않은 말을 술술 내뱉는다. 그러면 이명수 기자는 거기에 대해 별다른 논평을 하지 않고 “응응” 하면서 상대가 계속 진술하게 만든다.
한 사람 취재에 무려 11개월 소요
이미 공개된 김대남 전 대통령실 비서관의 녹취를 들어보면 이명수 기자는 집요하게 질문을 하지도 않는다. 그저 “응응, 그렇지” 하고 추임새만 넣어주면 상대가 알아서 창도 하고 아니리도 하고 사설도 한다. 이명수 기자는 무려 11개월 동안 김대남 대통령실 비서관과 통화했다. 보통 기자들은 특종 하나만 나오면 바로 보도하는데, 이명수 기자는 끝까지 기다려 준 것이다. 이것이 그의 무기다.
기자가 한 사람을 대상으로 일년 가까이 통화하며 정보를 모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단독이나 특종을 내지 않으면 버티기 힘든 언론계에서 몇 개월 동안 이렇다 할 기사를 쓰지 못하면 퇴출당하는 게 상례다. 하지만 서울의소리에는 이명수 기자 못지않은 독특한 캐릭터가 있으니 그가 바로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다.
기다려준 서울의소리와 이명수 기자와의 콜라보
그러니까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는 이명수 기자가 몇 개월 동안 이렇다 할 기사를 쓰지 않아도 참으며 그가 언젠가 큰일을 낼 거라 기다려준 것이다. 그 독특한 ‘콜라보’가 7시간 녹취록, 명품수수 녹취 영상, 그리고 이번에 공개된 김대남 녹취록으로 탄생한 것이다. 이명수 기자는 지금도 김건희를 누님이라 불러 좌중을 웃겼다.
필자가 이명수 기자를 처음으로 만난 것은 지난 대선 때 이재명 후보가 대전을 방문해 갤러리 백화점 앞에서 연설을 할 때다. 그때 차에 백은종 대표와 이명수 기자, 그리고 ‘강녀’로 알려진 모 여성이 앉아 있었다. 그때만 해도 필자는 이명수 기자가 몇 년 후 대한민국을 흔들 이런 큰일을 할지 몰랐다. 지난해 전주 보궐선거 때 전주에서 잠깐 본 적도 있다. 그때 옆에 있던 사람이 장인수 기자였던가?
보수층도 이명수 기자의 매력에 빠져들어
이명수 기자의 독특한 매력에 민주 진영은 물론 보수층도 빠져드는 것 같다. 세상엔 비록 적이지만 밉지 않은 사람이 있는데 보수층에서 보면 바로 이명수 기자가 그런 사람일 것이다. 이명수 기자는 극우 유튜버들과도 밥을 먹고 술을 마신다고 한다. 상대가 경계심을 스스로 허물어버리고 정보를 흘리게 하는 이 독특한 화법은 세계 탐사 협회에서도 연구해볼 만한 것이다.
부박한 시대, 그래도 재미있는 캐릭터가 등장해 우리를 즐겁게 하고 있으니 위로가 된다. 이명수 기자의 앞날에 서광이 비치길 바란다. 이명수 기자는 다음 총선에 지역구에 출마해도 당선될 것이다. 그가 민주 진영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엄청나기 때문이다.
자상파가 못 하는 탐사를 유튜브가 하고 있어, 후원 필요
민주 진영에 수많은 유튜브가 있지만 이토록 집요하게 수구들을 탐사해 보도한 곳은 뉴스타파, 더탐사, 열린공감TV 등 몇 곳 안 된다. 서울의소리는 그중 대선과 총선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친 7시간 녹취록과 명품수수 사건을 보도했다. 최근엔 뉴스토마토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아쉬운 것은 이들의 경영 사정이 별로 안 좋다는 점이다. 상근자들은 대부분 박봉임에도 마치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하는 심정으로 일하고 있다. 서울의소리에 5~6년 남짓 사설 칼럼을 쓰고 있는 필자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민주 진영 독자 및 시청자들은 이런 곳에 후원을 해야 한다. 마치 일제 강점기 독립자금 보내주는 기분으로 말이다. 후원이 윤석열 정권의 조기 붕괴를 가져온다. 후원이 탄핵이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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