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고성 지르며 '2차계엄' 발언 "국회 의결했어도 새벽에 재선포하면 돼"방첩사 '단체대화방'에 공유...'2차계엄' 규명 검찰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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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8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돼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며 걸어가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직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국회의원부터 잡으라고 했는데”라고 질책하면서 “비상계엄을 재선포하면 된다”라며 재계엄 의사를 밝힌 정황이 군 관계자들의 진술로 24일 드러났다. 앞서 윤 대통령이 2차계엄 시도나 국회의원 체포, 계엄 해제 저지 시도가 없었다는 주장과 정면으로 상반된다.
이날 '한겨레'에 따르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비상계엄 수사 TF (팀장 이대환 수사3부장)'는 지난해 12월12일 국군방첩사령부 간부 A씨를 상대로 비상계엄 당시 비화폰에서 방첩사 주요 간부들과 대화하던 단체대화방을 삭제한 이유를 캐물었다. 이에 A씨는 “국회 계엄 해제 의결 후 정말 무서울 정도로 소름 돋는 일이 용산 합참에서 있었는데 당시 비화폰 단체메시지방에 그 상황이 공유됐다”라고 밝히며 메시지 유출이 두려워 단체대화방을 삭제했다고 진술했다.
A씨에 따르면, 방첩사 단체대화방에는 국회에서 비상계엄이 해제된 직후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 윤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결심지원실을 찾아 김 전 장관에게 “(소리를 지르면서) 국회의원부터 잡으라고 했는데”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올라왔다고 한다. 이에 김 전 장관이 “인원이 너무 부족했다”라고 답하자 윤 대통령이 거듭 고성을 지르며 “그건 핑계에 불과하다” “국회에서 의결했어도 새벽에 비상계엄을 재선포하면 된다”고 말한 사실이 공유됐다고 한다.
A씨는 공수처에서 “합참에 파견된 방첩사 요원이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육군 참모총장)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며 (단체대화방에) 전파한 내용”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이런 사실을 뒷받침하는 합참 관계자 B씨의 진술도 확보했다. B씨는 윤 대통령이 합참 결심지원실에 방문했고 김 전 장관이 무언가 말을 하자 윤 대통령이 “핑계” “그러게, 잡으라고 했잖아요” “다시 걸면 된다”라는 말을 하는 것을 직접 들었다고 공수처에 진술했다. B씨는 윤 대통령의 “잡으라”는 말은 “국회의원 등 체포 지시”로 “다시 걸면 된다”라는 말은 “제2의 계엄 선포를 말한 것이라 생각했다”라고 진술했다.
검찰 수사 결과 윤 대통령은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킨 뒤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 1시16분께 합참 지하에 있는 결심지원실을 찾았다. 당시 그곳에는 김 전 장관과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인성환 국가안보실 2차장, 최병옥 국방비서관 등 합참 및 대통령실 관계자와 대통령경호처 수뇌부 등이 함께 있었다. 이후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 박 총장을 제외한 나머지 인사들을 밖으로 나가라고 했는데 그전에 결심지원실 내부 또는 주변에 있던 군 관계자들이 윤 대통령 발언을 듣고 상황 전파에 나섰던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결심지원실에서 김용현 전 장관을 질책한 뒤 법령집을 찾은 것도 2차계엄을 위한 것으로 지목된다. 앞서 김철진 당시 국방부 군사보좌관은 검찰 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김 전 장관에게 국회에 500명 정도의 군인이 투입됐다는 보고를 듣고 "거봐, 부족하다니까. 1천명은 보냈어야지"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김 전 장관이 답을 제대로 하지 못하자 윤 대통령은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국회법 나와 있는 거 어디 없나, 법령집 있어?”라며 법령집을 찾았다고 한다. 김철진 보좌관은 실무자를 통해 법령집을 구해 윤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를 저지하려는 정황도 드러났다. B씨는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키기 전인 12월3일 밤 박 총장이 “국회의원 정족수”라고 적힌 문서를 들고 있었다고 공수처에 진술했다. B씨는 “국회 비상계엄 해제 결의 정족수에 미달되도록 검토하는 방안이 적혀 있지 않나 추측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 "尹, 2차계엄 가능 언급" 진술 확보
앞서 공수처는 지난 1월 23일 윤 대통령이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직후 '2차계엄'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해 검찰에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공수처는 군 관계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4일 새벽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에서 2차계엄도 가능하다는 취지로 발언했다"라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이 때문에 앞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윤 대통령이 2차계엄을 실행하려 한 정황이 있고 만약 탄핵소추가 기각되면 다시 극단적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검찰에 윤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와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해달라고 요구하면서 이런 진술이 포함된 약 3만쪽의 수사자료를 함께 넘겼다.
검찰은 김용현 전 장관을 기소하면서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당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에게 전화해 "해제됐다고 하더라도 내가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는 거니까 계속 진행해"라고 지시했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도 지난 1월 22일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있고, (후임 국방부) 장관도 김용현 장관의 영향력 안에 있는 사람인데, 계엄 관련된 부문의 군 지휘관들이 모두 건재하다면 언제든지 다시 (군사 개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2차 계엄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실제 2차계엄이 시도됐는지 등 구체적 사실관계는 추가 수사를 거쳐 규명될 것으로 보이지만, '즉시항고'까지 포기하고 윤 대통령을 풀어준 검찰이 제대로 된 수사를 할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