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의 여론조사비 대납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이 30일 명태균씨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을 재소환했다. 전날 “오세훈을 잡으러 서울까지 왔다”라고 말했던 명씨는 이날도 “촛불이 꺼질때는 확하고 꺼진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이날 명씨와 김 전 의원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로 이틀째 불러 조사 중이다. 명씨는 검찰에 임의 제출한 본인의 휴대전화에 오 시장과의 만남을 입증할 증거가 모두 들어있다고 주장했다.

명씨는 전날 검찰 조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취재진에게 "오 시장이 기소될 사항은 20개에 달한다"라면서 “2021년 1월 22일 나경원 후보에게 진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뒤 오 시장과 4차례 통화했다"라고 말했다. 명씨는 당시 오 시장이 "나경원 후보를 이기는 여론조사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라면서 "증거가 있는 만남만 7번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또 명씨는 오 시장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선언을 하고 사흘 뒤인 2021년 1월 광진구의 한 중식당에서 오 시장을 만났는데 이 자리에서 명씨에게 “당선 도와주면 서울 아파트 한 채를 사드리고 싶다”, 김영선 전 의원에겐 “서울도시주택공사(SH) 사장 자리를 주겠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명씨는 검찰에 오 시장과의 통화 시점과 횟수, 여론조사 관련 보고 등을 구체적으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영선 전 의원은 명씨가 들어간 뒤 서울고검에 출석하며 기자들을 만나 "강혜경이 모든 사건의 기초다. 강씨 범행이 밝혀지지 않고 다른 사건이 된다는 건 검찰도 범죄자를 두둔하는 것"이라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은 이날 강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횡령, 사기 등의 혐의로 대검에 고소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강씨는 명씨가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의 부소장이자 김 전 의원의 보좌관과 회계책임자로 근무한 바 있다.

앞서 강혜경씨 법률대리인 김규현 변호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강혜경씨 조사 당시 창원지검 검사가 "성격 같아서는 싹다 잡아들이고 싶은데, 너무 큰 사건이 걸려 있어서 넘어가는 줄 알아라"라고 한 말을 전했다. 김 변호사는 "그 말을 한 검사는 정작 강혜경씨가 제출한 휴대폰, PC를 탈탈 털어 강씨가 한푼도 챙긴게 없는 정책개발비 편취 사건을 만들어내 기소했다"라며 "그러면서 윤석열, 김건희, 오세훈, 홍준표, 이준석에 대한 수사는 묻어버렸다"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검찰에 묻고 싶습니다. 대선주자들 여론조사 대납 사건보다, 강혜경씨가 한푼도 못받은 국회 정책개발비가 더 중요했습니까?"라고 반문했다.

한편 오 시장은 명씨의 주장에 대해 30일 페이스북에서 "사술을 써서라도 특정 정치세력이 바라는 바를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형사처벌을 감경하거나 형의 집행을 면제받으려는 시도가 당장은 매우 실효성 있어 보이겠지만, 결국 당신의 교도소 복역 기간을 늘리는 결과로 귀결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과거보다 더 강하게 명태균씨를 탓하며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오세훈 시장의 이런 태도는 의혹만 더 키울 뿐이다. 명씨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천 개입을 밝히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고, 그의 주장 다수가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라며 "오세훈 시장이 정말 결백하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적인 정치적 반격'보다는 '진실을 마주하는 용기'"라고 적었다.

"오세훈이 사퇴한 이유" 김어준 방송인 30일 페이스북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