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로 특전사, 수방사, 방첩사, 정보사 사령관들이 모두 구속된 가운데, 그 중 수방사와 방첩사 사령관이 말을 바꾸어 논란이다. 특히 윤석열의 모교 충암고 후배인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은 13일 피눈물 운운하며 군이 정치에 이용당했다고 말해 비웃음을 샀다. 정확하게 말하면 군이 정치에 이용당한 게 아니라 고등학교 선배인 윤석열에게 이용당했다.
계엄 전에 신원식 대신 김용현을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한 것도 계엄의 포석이 아니었던가? 공교롭게도 계엄을 건의할 수 있는 장관은 국방부 장관과 행안부 장관이다. 이게 과연 우연일까? 군대는 구 보안사(기무사)인 방첩사가 핵심이다. 말하자면 윤석열은 총선 후 계엄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증거는 차고 넘친다.
계엄 전 국감에 나와 곧 새 세상 온다고 한 여인형
국민들은 계엄 전에 여인형이 국회 국감에 나와 보인 오만불손한 태도를 기억하고 있다. 그는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어깨에 잔뜩 힘을 주며 “곧 세상이 바뀔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이미 여인형은 계엄이 선포될 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계엄 전에 충암고 출신인 김용현, 이상민, 여인형은 자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도 충암고 출신이다.
여인형이 말한 세상이 곧 바뀐다는 말은, 곧 계엄이 선포되면 니들은 다 죽어, 하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실제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메모지에는 제거해야 할 사람들의 명단이 모두 적혀 있었다. 그랬으니 야당 의원들에게 꾸지람을 듣던 여인형은 그때 얼마나 그들이 가소로웠겠는가? 그때 여인형의 표정은 지금도 영상으로 남아있다. 오만불손한, 내 뒤에 윤석열이 있다는 뭐 그런...
부하 생각하는 척한 여인형
그랬던 여인형이 13일 서울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서 “12.3 비상계엄에 가담한 군인들이 수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진 상황에 "마음 속에 피눈물이 난다"면서 "군이 이번 일에 도구로 이용됐다"라고 말했다.
이날 공판에서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의 변호인이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모든 군사 활동은 장관이 책임진다고 했는데, 지금 자기만 책임을 지고 있는 게 아니라 부하 장군들과 대령들 모두 책임을 지고 있지 않느냐,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여인형은 "정말 안타깝다"면서 "정말 마음속에 피눈물이 납니다. 피눈물이 날 정도로 고통스럽습니다." 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악어의 눈물이다.
집단항명죄가 두려워 계엄 수행했다?
여인형은 전시가 아닌 상황에서 12.3 비상계엄이 선포됐고, 방첩사령관으로서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를 꾸리고, 김용현 전 장관으로부터 정치인 등 14명 체포대상자 명단을 받아 방첩사 인원을 촐동시키고 경찰에 위치 확인을 부탁하는 등 적극 가담한 이유에 대해 "집단항명수괴죄가 가장 두려웠다“고 말했다.
여인형은 "저는 명령에 따라서 하긴 했지만, 다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라 현장에 나가서는 군인답게 멈출 때엔 멈추고 안 할 것은 안 한 그런 부분도 말씀드리고 싶다"면서 "그리고 정말 피눈물나게 고통스럽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부하들에 대해서는 정말 선처를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내란 2인자가 부하 생각하는 척한 것이다.
윤석열은 비상계엄 당일 저녁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삼청동 안가로 불러 계엄을 선포할 거라고 말했다. 그와 같은 시간에 방첩사령관이 정성우 방첩사 1처장에게 조지호 경찰청장의 연락처를 알아보라고 했다. 경찰청장과 서울경찰청장은 계엄 선포를 미리 알았는데, 핵심 역할인 방첩사령관이 TV를 보고 알았다는 게 말이 되는지 묻고 싶다.
계엄 얘기는 들었으나 모의하지는 않았다?
여인형은 “4월 총선 참패 이후 윤석열로부터 계엄과 관련한 얘기를 들었으나, 모의는 하지 않았다, 명령을 따랐을 뿐이다”라고 진술한 바 있다. 하지만 방첩사 일선 다수의 부하들은 여인형이 12.3 당일 계엄 선포 이후 '빨리 출동하라'는 지시를 수차례 내렸다고 실토했다.
여인형은 "부대 출동은 새벽 1시가 넘어서였고, 국회나 선관위 근처까지 가다가 복귀했다. 이것은 방첩사가 계엄령을 사전 알지 못하였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주장했으나, 실제 출동한 방첩사 부대들이 국회나 선관위에 도착하지 못한 이유는 자체적으로 명령이 잘못됐다고 느낀 일선 병력들이 이동 도중 차에서 내려 휴게소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차량에서 대기하며 시간을 끌었기 때문이라는 반론이 터져 나왔다.
한 국방위 관계자는 "방첩사 부대원들은 여 전 사령관의 명령이 부당하다고 느끼고 현장 도착을 고의 지연시키기 위해 커피를 사 마신 영수증이나 CCTV까지 보관하고 있다더라"라며 "결국 부하들이 말을 듣지 않아 방첩사가 현장에 도착하지 않은 것인데, 이를 마치 여 전 사령관이 계엄에 동조하지 않은 증거처럼 제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여인형은 비상계엄 포고령 작성에 핵심적으로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여인형의 육사 선배인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제1차장은 12.3 계엄 선포 이후 여인형 전 사령관이 전화로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 등 10여 명의 체포 명단을 불러주며 검거를 위한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여인형의 부하인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 역시 여인형이 14명에 이르는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줬고, 수방사 내 B1 벙커에 구금할 수 있는 시설이 있는지 확인하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이재명 조치해야" 윤 발언 들었다던 여인형 법정서 말 바꿔
계엄의 핵심 역할을 했던 전직 사령관들도 13일 재판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윤석열이 계엄 두 달 전 이재명 당시 대표를 비상대권으로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여인형의 진술이 공개됐다. 그런데 이걸 들은 여인형은 돌연 말을 바꿨다. 여인형은 "진술서에 그렇게 적혀있냐"고 되물으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그런 얘기를 할 상황은 아니었다"고 부인했다.
여인형은 계엄 이틀 전인 지난해 12월 1일 자신의 휴대전화에 '위치파악', '합동체포조 운용', '구금시설' 등의 단어를 적어놓고도, 이 메모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한 말을 단순히 받아적은 게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계엄 전에 국회 국감에 나와 “곧 세상이 바뀐다”고 한 그 기개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하는 짓이 딱 윤석열과 닮았다. 오죽했으면 충암고에서 동문에서 파버리겠다고 했겠는가? 5.18을 광주 금남로 현장에서 겪은 필자로선 윤석열이 전두환으로 보인다. 개사과가 괜히 나온 게 아닌 것이다. 내란 공조범들은 조용히 역사의 심판을 기다리라.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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