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 깜깜이 기간이지만 대세는 변함없어 보인다. 지금까지 여론의 추이는 이재명 당선이 매우 유력한 상황이다. 선거일 1주일 전부터 여론조사 공표는 금지되지만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재명의 당선을 큰 무리없이 낙관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윤석열 정권의 권력·수사기관들의 제 살길 찾기가 가열되는 양상이다. 검찰이 뒤늦게 내란 관련자 비화폰 서버 확보에 나섰고, 한남동 관저 이전 의혹을 묵살했던 감사원은 이제야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윤석열 신변 보호에 앞장섰던 경호처는 창설이래 처음으로 대통령 취임식 경호 연습 장면을 대대적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공산주의자로 몰아 철거 논란을 빚었던 홍범도 장군의 흉상도 2년 만에 존치로 결정됐다. 검찰개혁은 기소청으로 방향이 정해질 듯 하니 뒤늦게 검찰이 조직보호를 위해 이재명을 향한 아부에 나선 모습이고, 감사원 또한 행정부에서 국회로 이관되는 감사원 개혁이 진행될 것으로 보이니 뒤늦게 열심히 일하는 척하고 있으며, 내란의 동조세력이었던 경호처도 역시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파면 후 가장 기민하게 태세를 전환한 검찰이 이번엔 그간 방치해왔던 비화폰 서버와 대통령 안가 CCTV 등 핵심 증거 확보에 나서 일부 자료를 제출받았다. 경찰이 앞서 경호처와 협의해 비화폰 서버와 계엄 국무회의 CCTV를 임의제출 받아 수사에 성과를 내자 갑자기 동일 자료를 찾겠다고 나선 것이다. 검찰의 이런 행태는 경찰이 그동안 3차례나 신청한 비화폰 서버와 안가 CCTV 압수수색 영장을 반려했던 터라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검찰은 해당자료가 윤석열 내란 재판에 필요해서라고 밝혔지만 재판 시작 한 달이 훨씬 지났는다는 점에서 그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명태균 게이트’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보여주기식 수사 방식도 논란이다. 당초 검찰은 핵심 피의자 김건희가 소환에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 청구를 공언했지만 빈말에 그쳤다. 1차 출석요구서를 보냈으나 김건희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자 2차 출석 요구 등 후속 절차를 중단하기도 했다. 검찰이 애초 김건희를 강제 조사할 의지도 없으면서 정권교체 후 제기될 늑장수사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위한 술책인 것이다.
윤석열의 방패막이를 자처했던 감사원의 돌변도 예사롭지 않다. 감사원은 최근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한남동 관저 현장조사를 실시했는데, 윤석열 정권 출범 뒤 처음 있는 일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한남동 관저 이전 감사결과를 발표했지만, 당시엔 현장조사 없는 감사라서 맹탕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관저 내 ‘스크린골프장’ 설치 의혹과 관저 정자 증축 등을 집중 점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혹이 한창 제기될 때는 눈감고 있다가 정권교체가 유력해지자 뒤늦게 칼을 빼들며 일하는 척 하고 있는 것이다.
기세등등했던 권력기관들의 살아남기 전략은 경호처라고 예외가 아니다. 윤석열 체포 과정을 결사적으로 막았던 경호처는 대통령 취임식을 일주일 가량 앞둔 지난 5월 27일 경호 훈련을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대통령 취임식 경호준비 태세 모습을 언론에 알린 것은 경호처 창설 이래로 처음으로 매우 이례적이다. 앞서 경호처는 경호처장의 국회 출석 의무화 등 자체 쇄신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경호처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비등하고 민주당이 공약으로 경호처 축소를 내걸자 존재 필요성을 적극 알리려하고 있는 것이다.
각 정부 부처에서 윤석열 흔적 지우기도 본격화중인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와 육사는 독립 영웅인 홍범도 장군의 소련 공산당 가입 전력을 이유로 철거하기로 했던 장군 흉상을 원래 위치인 충무관 앞에 존치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적 반발에도 계획을 강행하려다 윤석열이 파면되고 정권이 바뀔 가능성이 높자 백지화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등을 위해 법무부에 신설한 인사정보관리단도 슬그머니 해체하는 중이다. 부실 검증으로 낙마가 잇따르는 데도 버티다 대선을 목전에 두고 조직을 없애 후환에 대비하는 술책이다.
더 우려되는 건 이런 행태가 정권 전체의 증거 인멸 시도로 이어질 가능성이다. 민주당은 최근 대통령 비서실장이 내란 정황이 들어있는 증거물 파쇄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데 이어, 국가정보원이 내란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정황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조기 대선은 윤석열 비상계엄 선포로 갑작스레 치러지는 터라 정권교체 전에 정부 관련부처에서 광범위한 증거 인멸에 나설 공산이 매우 큰 상황이다. 윤석열 정권의 불법 행위에 가담했던 권력기관들의 행태는 반드시 규명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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