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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나머지 사건을 수사하는 2차 종합특별검사팀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이 개입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윤석열이 수사 과정에 개입한 정황이 발견되면, 이 건은 12‧3 비상 계엄과는 또 다른 사건으로 정국의 태풍을 몰고 올 전망이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건 정부 요직에 있던 인물들이 전부 특수부 검사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본인들이 입맛에 맞게 수사하던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정권을 잡은 후에도 특수부에서 죄를 뒤집어씌우던 방식으로 일을 처리한 것이다. 대통령은 물론이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 주진우 법률비서관,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모두 검찰 특수부 사단이었다.특히 이시원 비서관은 과거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의 당사자다. 그는 멀쩡한 공무원을 간첩으로 만든 공로로 대통령실에서 공직기강비서관을 맡았다는 의혹의 인물이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6일 법조계에 따르면 2차 특검팀(특별검사 권창영)은 지난달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의 쌍방울 대북송금 진술 회의 의혹 수사와 관련해 개입을 확인하고 서울고검 인권침해 태스크포스(TF)에 사건 이첩을 요청했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에서 제기된 ‘진술 회유’ 의혹은 검찰 측이 이재명 대통령에 불리한 허위 진술을 하도록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등을 회유 및 압박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연어 술 파티’ 사건은 2023년 5월 박상용 당시 수원지검 부부장검사가 이화영 전 부지사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외부 음식과 소주를 제공하며 회유했다는 의혹이다.
이재명 잡으려고 김성태 압박
특검팀은 은폐, 무마, 회유, 증거조작, 적법절차 위반 등이 개인이 아닌 수사기관에 의해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제기하면서 “결국 대통령실과 수사기관의 결탁으로만 가능한 사건이 아닐까 생각해 국가권력에 의한 ‘초대형 국정농단’의심 사건이라고 보고 있다”고 이첩 요청 이유를 설명했다. 종합특검법 제2조 제1항 13호에 따르면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본인 또는 타인의 사건 관련 수사 상황을 보고 받고 수사의 적법절차나 수사기관의 권한을 오남용하게 했다는 범죄 혐의 사건’을 수사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향후 수사의 핵심은 윤석열이 실제 수사 과정에 어떤 방식으로 개입했는지를 밝히는 데 달려 있다. 특검팀은 대통령이 보고받거나 지시를 내리는 과정에서 권한을 남용했는지를 자세히 검토할 예정이다. 특검팀은 ‘연어 술 파티 의혹’이나 특정 기업이 수사 대상은 아니라면서 국정농단에 대한 진상규명이 종합특검의 수사 대상이자 목적이라고 밝혔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보고의 단서가 확인되는 경우 수사 대상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이 진술 회유를 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까지 다 고려해 수사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한 대통령실 개입 여부에 대한 수사는 시작 단계에 있다. 대북 송금 사건 관련 수사팀 인원은 아직 1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측은 법무부에 검사 파견 요청을 해 수사 인력을 보강하고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사건은 여러 면에서 국가 공권력의 대표적 인권침해 사례인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보다 더 심각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두 사건에서 국가정보원과 검찰이 멀쩡한 사람을 피의자로 만든 것도 경악할 일이지만, 쌍방울 사건은 대통령실까지 개입된 정황이 드러나서다. 대법원은 유우성 관련 사건에 대해 사상 처음으로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한 바 있다.
유우성 간첩조작사건 판박이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은 탈북자 출신 서울시 공무원이던 유우성 씨가 탈북자 신원정보를 북한 보위부에 넘겼다는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2013년 구속 기소된 사건이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국정원의 협박·가혹 행위 등 인권침해와 증거 조작·은폐 사실이 드러나 유 씨는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다. 국정원은 당시 유 씨의 동생을 협박해 “오빠가 간첩”이라는 허위자백을 받아냈고, 유 씨의 북한 출입 자료를 허위로 만들어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다. 당시 수사관들은 유 씨에게 유리한 정황인 동생의 거짓말탐지기 조사 결과를 은폐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은 최근 국정조사에서 드러난 국정원의 쌍방울 사건 개입과 판박이다. 당시 국정원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화영 부지사의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에 불리한 자료를 누락했다는 취지로 이종석 국정원장이 밝혔다. 쌍방울 대북송금이 김성태 전 회장의 주가조작과 해외원정 도박과 관련돼 있다는 첩보를 국정원이 확보하고도 재판에 제출되지 않은 문건들이 다수 발견됐다. 국정원이 검찰과 긴밀하게 소통한 정황도 확인됐다. 쌍방울 대북송금 조작 기소 의혹이 국정원과 검찰의 합작품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셈이다.
유우성 사건과 쌍방울 사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검찰의 행태는 더 심각하다. 유우성 사건에서 검찰은 국정원의 간첩 조작 행위를 방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보복 기소’까지 자행했다. 유 씨가 무죄가 나자 4년 전 기소유예 처분한 외국환거래법 위반 사건을 다시 꺼내 유 씨를 기소했다. 재판부는 과거의 기소유예 처분을 번복할 사정이 없다며 공소를 기각했고 대법원은 이를 확정하면서 검찰의 공소권 남용 사실을 인정했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에서도 검찰의 공소권 남용 의혹은 점차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최근 공개된 ‘박상용 검사 녹취록’에서도 검찰이 이재명 대통령을 엮기 위해 사건을 조작한 흔적이 확인된다.
대북송금조작 尹 직접 기획
쌍방울 사건이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대통령 윤석열의 개입 가능성이다. 국가기관이 개입된 조작 사건이라도 유우성 사건은 국정원과 검찰 차원에 머물렀는데, 쌍방울 사건은 최고 권력기관인 대통령실이 직접 관여돼 있다는 점에서 상황이 중대하다. 이시원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이 쌍방울이 돈을 건넸다는 북한 측 창구가 금융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정부의 유권해석을 바꾸도록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기관이 금융제재 대상이 되면 이재명에게 더욱 큰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공교로운 건 이 비서관이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의 수사 검사였다는 사실이다. 이 비서관은 당시 사건의 책임을 지고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국정원의 증거 조작 사실을 몰랐다는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는데, 나중에 검찰과거사위는 검찰이 기록 위조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런데도 윤석열은 검찰총장 때부터 심복이었던 그를 대통령실 내부 기강을 단속하는 자리로 영전시켰다. 이 비서관은 검사 때부터 윤석열의 심복이었고, 대통령실에서도 실세로 통했다. 따라서 그의 행동은 대통령인 윤석열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이 비서관은 해병대 故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에도 연루될 정도로 윤석열 비호에 앞장섰다. 쌍방울 사건에서 보인 그의 행동은 윤석열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 의심이다. 그는 2024년 2월 유엔 대북 제재 대상이 아니었던 북한 통일전선부와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를 제재 대상으로 몰기 위해 국정원에 압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이런 시도가 성공했다면 대북송금 관여 행위에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까지 적용할 여지가 생긴다. 검찰이 김성태와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에게 특정 방향의 진술을 회유·압박한 정황도 한둘이 아니다.
‘김성태 여죄 덮어주는 조건’ 거래
이종석 국정원장은 ‘수사 당시 국정원이 검찰에 제출한 대북 정보 관련 보고서 목록 66건 중 13건의 원문만 제출했다’고 말했다. 국정원 감찰부서장에 임명된 유도윤 부장검사가 압수수색에 대비해 13건을 비닉하라고 지시했고, 검찰이 국정원을 압수 수색을 해 이 문건들만 가져갔다는 것이다. 다른 문건들에는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의 해외 불법도박 정황 등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 방향에 부합하지 않는 첩보가 담겨 있었다고 한다. 이종석 국정원장은 또 2019년 7월 필리핀에서 김성태 전 회장으로부터 이 대통령 방북비용 300만 달러 중 70만 달러를 받았다는 북한 공작원 리호남은 당시 필리핀에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게 사실이라면 검찰의 공소사실은 근본부터 흔들린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검찰이 쌍방울의 주가조작 관련 조사를 요청해 놓고 100억 원대 시세조종을 밝혀낸 자료를 가져가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쌍방울 대북송금 수사는 윤석열의 지시에 따라 기획된 사건이라는 의심이 짙어지는 모양새다. 단순히 이화영 전 부지사에 대한 검찰의 ‘진술 회유’ 의혹 차원에 그치리라 보기 어렵다. 대통령실이 중심이 돼 검찰과 국정원이 손을 잡고 정적인 이재명을 손보려 했을 가능성이 크다. 사건을 이첩받은 특검이 희대의 조작 기소 사건에 대해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할 필요성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