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한달 앞으로 다가온 본국의 지방선거와 보궐선거에서 이른바 윤석열의 똘마니들이 다시금 똬리를 틀고, 하나둘 기어 나오고 있다. 내란 주요 종사자 혐의로 기소가 됐음에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공직을 맡겠다는 ‘인면수심’의 의지를 갖추고 선거에 나서는 것이다. 대표적인 인물로 12‧3비상계엄 선포 당시 윤석열의 비서실장이던 정진석 전 국민의힘 의원이 30일 6‧3 충남 공주‧부여‧청양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추경호 대구시장 후보의 의원직 사퇴로 보궐선거가 열리는 대구 달성에는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공천받았다. 윤석열의 호위무사로 통하던 이용 전 의원 역시 공천을 받았다. 후보 기근을 겪는 국민의힘에서 윤석열의 측근들이 선거 전면에 등장하는 모양새다. 민심의 심판을 받겠다고 나선 국민의힘 후보들이 당당히 내란 옹호에 나서는 행태는 이른바 ‘윤 어게인 공천’이 노골화하면서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최근 종합특검은 윤석열 정권의 비상계엄이 2024년 초부터 준비됐다고 그 시점을 특정했다. 본지가 2024년 하반기 비상계엄을 예견했던 때와 그 시기가 크게 다르지 않다. 다시 말해 우발적이 아닌 차근차근 정권 차원에서 계엄령을 준비하고 이에 동조했던 이들이 다시금 공직에 나서는 코미디가 벌어지고 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6·3지방선거 패배 위기감에 지난 3월 전격 ‘절윤’선언에 나섰던 ‘장동혁 체제’ 국민의힘이 또다시 ‘윤 어게인 부활’ 논란에 휩싸였다. 당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가 윤석열 정부 요직 출신과 친윤계 인사들을 잇달아 단수 공천한 데 이어 윤석열 최측근인 정진석까지 충남 지역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당 쇄신 기조 후퇴와 선거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공관위는 최근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로 윤석열 정부 방송통신위원회 이진숙 전 위원장과 김태규 전 부위원장을 대구 달성과 울산 남구갑에, 윤석열 대선 후보 시절 수행실장을 맡았던 이용 전 국회의원(제21대 국회 국민의힘 비례대표)을 경기 하남갑에 각각 단수 공천했다. 광역단체장 후보군에서도 친윤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국민의힘 후보로 확정됐다. 서로 손가락질하는 내란 가담자들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된 추경호 후보는 12·3 비상계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로서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김영환 충북지사 후보는 2022년 윤석열 당선인 시절 특별고문으로 위촉됐으며, 계엄·탄핵 정국에는 “탄핵 소추는 내란 공작” “계엄 선포는 대통령 고유 권한”등 계엄 옹호 성격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지명도가 떨어질 뿐이지 면면을 들여다보면 더 가관이다. 경기 안산갑 재선거에 출마한 김석훈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 2일 한 유튜브에 출연해“(윤석열이)정말 이 나라를 지키려고 계엄을 했다. 좌파들의 깡패 같은 행동으로 이 고생을 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이 수감 중인 서울구치소 앞까지 제 발로 찾아가 극우 유튜버와 서로 맞장구를 치며 내란 옹호 발언을 쏟아냈다.
정진석의 출마 선언이 대표적이다. 정진석은 지난 4월 30일 박수현 민주당 의원의 충남지사 출마로 공석이 된 공주·부여·청양 지역구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정진석은 2025년 1월 직무정지 상태이던 윤석열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출석 요구에 불응해 체포영장이 발부됐을 때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왜 윤 대통령만 우리의 사법 체계 밖으로 추방돼야 하나. 무죄 추정의 원칙, 불구속 수사의 원칙이 윤석열에게만 적용되지 않아야 할 무슨 이유가 있냐”며 초법적 관저 농성을 옹호했던 그다. 윤석열이 파면된 직후에는 대통령실 컴퓨터 1천여대를 초기화하라는 지시를 한 혐의로 지금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2025년 4월 한덕수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제대로 된 검증 절차 없이 대통령 몫인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후임으로 지명하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도 재판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런 그가 면책특권과 회기 중 불체포 특권이 주어지는 국회의원 배지를 달겠다며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으니, 선출 공직을 자신의 사법리스크 방패막이로 삼으려는 게 아니냐고 의심받는 게 당연하다. 육두문자에 고성 삿대질로 얼룩진 심사 국민의힘 당규상(윤리위원회 규정 제22조)살인·강도·강간 등 강력범죄, 성범죄·사기·횡령·배임·음주운전 등 파렴치 범죄, 뇌물·불법정치자금 수수·직권남용 등 부정부패 범죄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경우 기소와 동시에 당내 각종 경선의 피선거권과 공모 응모자격이 정지되고, 당협위원장 및 각급 당직자의 경우 직무가 정지된다. 형이 최종심에서 확정되면 탈당 권고 이상의 징계를 원칙으로 한다. 다만 재심 요구가 있고 정치 탄압 등 상당한 이유가 인정되는 경우 당 대표가 중앙윤리위원회 의결을 거쳐 징계처분을 취소 또는 정지할 수 있다. 당 윤리위원회는 지난 3일 정 전 실장의 복당 문제를 심사하기로 했다가 당 내부 반발을 의식해 회의를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의 민심은 과거로 돌아가는 정치가 아니라 쇄신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 전 실장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란 중요업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분이 우리 당 광역시장 후보에 선출됐다”며 “이 분 공천하면 안된다고 이의 제기한 사람이 누가 있었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제가 지금 이분 공천에 대해 문제 제기하려는 게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연관된 다른 공천자들과의 형평을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당내에선 선거를 앞두고 어렵게 조성된 ‘절윤 기조’가 다시 흔들리는 것에 대한 우려와 반발이 나온다. 꾸준한 내란 준비 후안무치한 자들까지 문제는 이들이 반성도 하지 않고 오히려 더 뻔뻔한 모습으로 자신의 출마를 정당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진숙 전 위원장은 “내란에 대한 최종 법원 판결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고, 정진석 전 실장은 “절윤을 강요하지 말라”며 뻗대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내란은 우발적이지 않았다. 오랜 계획 속에 이뤄진 죄질이 나쁜 쿠데타였다. 본지는 2024년 8월 본국 언론을 포함해서 처음으로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가능성을 보도한 바 있는데, 최근 특검에서 이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특검은 4일 브리핑에서 방첩사 관계자 조사를 통해 이러한 정황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김지미 특검보는 “김동혁 전 국방부 검찰단장 등 내란 관련해 압수수색 영장 5건을 집행했다”라며 “별도 방첩사 관계자 조사를 통해 2024년 상반기부터 계엄을 준비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내란 특검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수첩을 토대로 ‘2023년 10월 이전’부터 계엄을 모의한 것으로 판단했지만, 법원은 노상원 수첩의 증거 능력을 배척하면서 “2024년 12월 1일 쯤에 그런 결심이 외부로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차곡차곡 쿠데타를 준비했던 자들이 반성도 하지 않고 다시 선거를 통해 공직에 앉으려는 것은 그 시도만으로도 후안무치한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3월 마지못해 절윤을 선언했다. 하지만 말과 달리 ‘절윤’을 실천하지 못했고, 당 지도부는 그럴 의지도 없었다. 오죽하면 당내에서조차 “절윤 선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출마 의사 표명조차 자제해야 할 인물들이 공천 심사 테이블에 오르고 실제 공천됐다”는 탄식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친윤 인사들이 당선될 경우 자신들의 입지가 강화될 수 있다는 계산을 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선거가 ‘윤어게인 대 반어게인’의 프레임에 갇히면 국민의힘이 과거의 늪에서 빠져나오기는 그만큼 어려워질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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