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국무총리가 8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기념곡 지정과 관련, “국론 분열이 우려된다”며 사실상 5·18 34주년 기념식 때 지정곡 배제를 시사하는 발언을 보면 박근혜 정부의 5·18 광주민중항쟁에 대한 역사 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5·18의 상징이자 지난 33년간 추모곡으로 널리 불려왔으며, 5·18 민중항쟁과 연장 선상에 있는 숭고한 노래에 대해 총리조차 ‘국론 분열’이라는 이유를 들먹이며 부정적 입장을 피력하면서, 국민들의 분노가 거세지고 있다. 광주일보에 따르면 5·18 기념재단 등 5월 관련단체는 9일 ‘님을 위한 행진곡은 통곡한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정 총리 발언은 현 정부 최초의 공식 반대 입장”이라며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97년∼2002년까지 공식행사에서 제창됐고, 2003년∼2008년엔 기념식순에 배치돼 역대 대통령들도 노래를 불렀는데, (총리가) 이러한 사실을 부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정부에서 모두 인정한 노래를 총리가 부정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얘기다. 김후식 5·18부상자회 회장도 “지난해 6월 임시 국회에서 여·야 의원 162명의 찬성으로 공식 기념곡 지정 촉구 결의안이 통과됐지 않느냐”면서 “도대체 누가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는 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5·18 민중항쟁 34주년 기념행사위원회는 이날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 조만간 대책 매뉴얼을 만들어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장, 5월 관련단체는 “충격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 5·18 민중항쟁 34주년 기념식 행사의 ‘보이콧’ 검토에 들어갔다. 송선태 5·18 기념재단 상임이사는 “‘불편한’ 5월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역사정의실천연대 등 단체들도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는 보훈처를 강력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보훈처의 민주화 운동 역사 부정과 민주주의 퇴행이 심각한 지경”이라며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의 해임을 촉구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기념곡 지정 및 민주 유공자법 제정을 촉구했다.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의 반발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다. 정치권도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혜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기념곡 지정 촉구 결의안을 거론하며 “정부가 국회를 무시해도 되느냐”고 따졌고 강기정 의원은 “국회의 권위에 대한 중대한 도전 행위”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5월 관련단체가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보수단체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5월 관련단체 관계자는 “18일 또는 21일 국회의장 면담 일정이 잡혀 있으며 이달 말까지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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