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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검열? -개인의 사생활과 머릿속까지 국가가 검열하겠다는 것인가?

SNS 검열은 국가보안법의 또 다른 변종  마녀사냥 도구

이명옥 | 기사입력 2011/12/02 [13:37]

SNS 검열? -개인의 사생활과 머릿속까지 국가가 검열하겠다는 것인가?

SNS 검열은 국가보안법의 또 다른 변종  마녀사냥 도구

이명옥 | 입력 : 2011/12/02 [13:37]
나의 아버지는 보수적인 사학자였다. 어느 날 아버지의 지도교수였던 강만길 교수가 대공분실에 끌려갔다는 소식을 접하고 면회를 간 아버지가 술이 만취돼어 돌아오셔서 “ 강교수가 찾아오지도 아는 척도 하지 말라더라”며 한숨을 쉬셨다. 강교수의 죄는 일본서 들여온 불온서적 소지였다. 또 아버지가 재직하던 학교의 동료 교사 한 분은 술이 취해 택시를 타고 가면서 택시 안에서 박정희를 욕했다. 다음날  택시 기사의 신고로  대공분실에 끌려가 사상이 불온하다고 반병신이 돼 돌아왔다. 

학자가 학문에 필요한 책을 소지했다고,  술에 취해 택시를 타고 가다가 단순히 대통령을 욕했다고 대공분실에 끌려가 반병신이 되던 세상. 장발, 옷 색깔, 미니스커트도 규제 대상이었던 비상식적인 세상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국가보안법이라는 마녀사냥 도구 때문이었다.

▲ 파고다 공원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명옥
국가보안법이라는 악법이 생겨난 지 63년이나 된다. 그동안 그 악법으로 인해 수많은 무고한 시민들이 간첩이나 사상범으로 몰려 죽임을 당하거나 옥살이를 했고 지금도 양심수들이 감옥에 갇혀 있다. 

국가보안법은 남북이 분단되어 있는 특수상황에서 만들어진 기형적인 법으로 국가안보를 지키기 보다는 국가와 권력자들의 정치적 도구로 악용돼 왔다. 법의 필요성이 1이고 그 폐해가 99라면 그 법은 당연히 폐지되거나 만들어지지 말았어야 한다. 현재도 현대판 마녀사냥 왕재산 사건이 간첩 사건으로 둔갑되어 관련자가 120명 넘게 내밀하게 소환을 받아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대다수 국민들은 알지 못한다.

 독재정부 시절 이따금 신문 1면을 커다랗게 장식하던 간첩단 검거 사건을 우리는 기억한다. 사진과 그들이 사용하거나 소지했다는 도구는 기껏해야 등사기와  책 몇 권이다. 그런데  사진과 조직 계보  그들의 활동사항이 주르륵 열거된 뒤  자랑스러운 검거 상황이 무용담처럼  실려 있던 것 말이다. 식민시대 일제 앞잡이들에 의해 밀고 당하고 전쟁의 수난을 겪은 세대들이라 간첩이라는 말 한마디면 모든 것이 유죄로 인정되고 대다수 국민들 정서가 용서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일제시대 친일 활동을 하며  권력에 빌붙었던 이들이 또 다시 권력을 잡자 국민들을 상대로 마구잡이 사냥을 해댔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본론을 읽었다는 이유로(사실 자본론을 제대로 읽은 사람들은 독일서도 얼마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놀랐다) 혹은 자본론 복사본을 지니고 있었다는 이유로 사상범이 되어 죽임을 당하거나 감옥에 가서 무기징역을 살아야 했다. 심지어 리영희 선생 책이나 김지하 시인의 시집을 읽거나 지니고 있어도 요주의 인물이 되어 피해 다녀야 했고 대공분실에 끌려갔다 나오면 멀쩡한 사람이 간첩으로 둔갑되기도 했다.

국가보안법의 실체를 아는 사람들과 양심수로 석방된 이들이 파고다 공원 앞에서 국가보안법 철폐를 외치고 있다.

▲ 언론노조가 총파업으로 종편 특혜 방송에 저항하고 있다.     © 이명옥
그런데 이번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SNS( Social Network Service)와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심의하는 뉴미디어 정보 심의 전담팀을 신설해 검열을 강행하겠다고 한다. 개인의 취향. 활동상황, 친구관계 등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을 정부가 일일이 들여다보겠다는 이야기다. 국가보안법 보다 더 지독하게 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겠다니 정부의 눈에는 99%의 국민이 모두 잠정 범죄자집단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국민들의 거센 반발에 대해 방통위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발맞춰 해당업무를 보다 효율적·체계적으로 수행하자는 취지”라는 옹색한 변명을 해대고 있다.

지금도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문제의 소지가 있는 글이나 사진 등에 대해 일차적으로 게시자에게 자진 삭제를 권고한 뒤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계정 자체가 차단된다. SNS에 대한 심의가 현재도 존재하고, 시정요구 조치 또한 이뤄지고 있다. 충분히 자정 능력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왜 정부가 전담팀까지 꾸려 감시를 하겠다고 나서는가. 그 이유는 종편과 공공언론 장악에 이어 개인 미디어를 통해 소통하는 국민들의 눈과 귀와 입까지 철저하게 막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만일 국민들의 입을 막으면 산과 들판과 메아리와 돌멩이가 일어서서 외칠 것이다. 

절대왕권 시절에도 벽보도 있었고, 상소도 신문고도 있어 고발과 여론 형성이 됐었다. 마을마다 우물가에서 동네 소식이 입에서 입으로 오갔고 학교와 교회에서 나라 안팎의 돌아가는 일들을 서로 전했다. 동네마다 여론이 형성되고 잘못을 비판하고 바로잡으며 자율적인 정화가 이루어져 왔다. 아고라 광장이 살아있던 아테네에서 가장 먼저 시민들의 민주주의가 시작됐다. 역사는 언제나 시민들에 의해 새로운 변화를 거듭하며 이어지고 발전해 왔다.

그렇다. 건전한 사회란 모름지기 광장이 살아있어야 하고 말할 자유와 집회의 자유가 있어 여론이 생동적으로 살아있어야 한다. 아테네 언덕의 아고라 광장처럼 광화문 광장과 서울광장에 수많은 시민들이 주말마다 모여 열띤 토론을 벌이고 문화 난장으로 축제를 벌이고, 자율적으로 촛불을 들며 침 튀기며 자신들의 문제를 꺼내놓고 비판하고 조율하고 더 나은 대안을 찾아내어 새로운 진화를 거듭할 수 있어야 한다. 인터넷 공간 속의 아고라 , 트위터, 페이스북의 그룹에서도 다양한 의견, 기발한 아이디어, 때론 엉뚱해 보이는 상상력이 무한히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 끊임없이 창의적인 열매를 맺어야만 한다.

▲ 경찰둘이 기자회견에 사용할 마이크를 둘러싸 사용을 막고있다.     © 이명옥
진정 점열과 규제로 국민들의 입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했다’ 당나귀 귀를 지닌 임금이 이발사의 목숨을 담보로 입을 봉했지만 진실은 구덩이 속에 묻힌 것이 아니라 대나무 숲 바람결에 실려 온 나라에 알려졌다. 

비폭력인 풍자와 개그, 국민들의 여론이나 비판을 권력이 얼마나 오랫동안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국가가 아무리 강력한 도구와 방법을 동원해 국민들의 생각과 사생활을 검열한다 할지라도 개인의 마음속까지 들여다 볼 수는 없다. 1%는 결코 99%를 영원히 억압하며 군림할 수 없다. 한계 상황에 이르면 누가 원하지 않아도 저절로 폭발할 때가 올 것이기에. 

99%의 뜻에 반한 한미FTA가 국민들의 가슴에 꺼지지 않았던 촛불의 불씨를 다시금 타오르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정부가 SNS 검열이라는 국가보안법의 또 다른 변종 기형아를 기어이 마녀사냥 도구로 사용하려 든다면 국민들의 타오르는 분노에 기름을 부어 걷잡을 수 없는 불길이 거세게 타오르게 될 것이다. 부디 국민들의 정서를 한번만이라도 제대로 읽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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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장애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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