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셀 수도 없이 많은 의혹들이 불거져 나오며 새 정부 출범의 원동력만 약화시켰다. ‘성시경’ ‘위성미’ 등 비아냥거리는 신조어만 판 칠 뿐이다. ‘성시경 인사’는 ‘성균관대·고시·경기고’ 출신들이 새 정부 주요직에 대거 발탁된 데 따른 비유다. 이처럼 ‘성시경 인사’는 이명박 정부 첫 번째 내각의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인사) 내각을 연상시킨다. ‘고소영’이라는 인사 별칭은 이후 ‘강부자’ 내각이라는 말과 함께 이명박 정부의 주요 인사를 상징하는 말이 됐다. 인수위 때부터 시작된 인사 난맥상은 GH의 지지도를 40%대에 머물게 만들고 있다. 특히 ‘준비된 대통령’을 강조했던 여권이 ‘준비되지 않은’ 모습을 계속 보여주는 것도 국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오히려 GH의 인사 스타일은 본지가 최근 지적했던 대로 박정희의 그림자만 어른거릴 뿐이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초기 내각과 비서진에 발탁된 인물들을 살펴보면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이 어느 정도 읽힌다. 그런데 이번 인사에서 국민들은 박 당선인의 아버지 박정희의 모습을 연상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국정운영의 목표는 ‘희망의 새 시대’라는 구호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GH의 정책기조와 이를 뒷받침할 인물들은 새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선 경제나 복지 정책에서 성장론이 득세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GH는 대선 과정에서 경제민주화, 복지 확대를 ‘시대적 과제’로 제시했다. 아직 복지 공약 실천에 대한 의지를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방향은 다른 쪽으로 가고 있다. 증세에 대한 강한 거부감과 성장론을 뒷받침하는 정책과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전형적 시장론자인 현오석 후보자를 ‘경제 분야 컨트롤타워’에 기용하는 등 인선에서도 이 같은 점이 드러난다. ![]() GH의 사람을 고르는 것과 이로부터 유추되는 국정운영 스타일도 아버지의 영향을 짙게 받고 있다. 이번에 중용된 인물들은 대부분 고시에 합격한 관료이거나 교수 출신의 전문가들이다. 박정희의 인선과 똑같다. 심지어 이 중에는 박정희 치세에서 국정운영에 참여한 이들도 있다. 허태열 비서실장은 1974년부터 6년간 ‘박정희 청와대’ 비서실에서 근무해 ‘부녀 대통령’을 보좌하게 됐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1975년 ‘박정희 개발성장’의 밑그림인 4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에 참여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등은 부친에 이어 GH와 대를 이은 인연을 맺게 됐다. 박정희 청와대 그대로 옮겨놔 권력이 분산되지 않고 GH에게 집중되는 ‘1인 통치 방식’도 나타난다. 이번 인선으로 청와대 비서진을 통해 내각을 직접 지휘하겠다는 뜻이 읽힌다. 하지만 대통령직인수위 활동 과정에서 나타났듯 GH만 쳐다보게 하는 리더십이 ‘박정희 시대’가 30여년 흐른 상황에 맞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GH가 인수위 분과별 국정과제 토론회 과정에서 현장 방문 경험을 전하며 정책의 세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도 박정희의 업무 스타일과 닮았다는 말이 나온다. 비서실장이 위원장을 맡는 인사위원회가 향후 주요 인선을 총괄하는 만큼 부처 장관들의 청와대 눈치보기가 강해질 것이란 지적도 있다. GH와 함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박정희 시대의 용어가 자연스럽게 사용된다. 최성재 청와대 고용복지수석 내정자는 “이제 한국형 복지국가로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룰 수 있도록 초석을 놓겠다”고 했다. 안상훈 인수위 고용복지분과 인수위원은 앞서 GH의 ‘창조경제론’을 ‘제2의 새마을운동’이라 규정하기도 했다. GH는 그동안 ‘100% 대한민국’ ‘대탕평 인사’를 약속해 왔다. 하지만 인선 결과를 보면 그런 약속이 무색하다. 대선 캠프 인사와 친박근혜계 인사, 대통령직인수위원 출신이 내각과 청와대에 대거 포진했다.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는 지난해 총선 당시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장이었고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은 원조 친박 좌장격이다. 이정현 정무수석,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 등도 핵심 친박 인사다. 출신지역과 출신학교, 성별 안배에도 실패했다는 평가다. 성균관대 출신이 국무총리, 청와대 비서실장, 정무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에 후보로 지명되거나 내정됐다. 지역적으로도 박 당선인과 국무총리, 비서실장 모두 영남 출신이다. 일부 후보자는 박정희 정권시절 당시 고위직의 자녀여서 ‘2세 정치’ 논란도 일고 있다.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임에도 17개 부처 장관 후보자는 중 여성은 단 2명뿐이다.
‘밀봉’ ‘깜깜이’ 인사 스타일은 인수위원회 활동 기간 내내 고수했다. 어떤 직책이, 언제 발표될지는 최측근들도 ‘조짐이 없다’ ‘잘 모른다’고 말할 정도였다. 윤창중은 지난 12일 다른 현안으로 기자들과 대화 중 GH로부터 전화를 받고 인선 발표 일정을 잡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대변인이 인사를 발표하면서도 인선 배경은 물론이고, 내정자의 인적사항도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폐쇄적인 인사는 부실 검증으로 이어졌다. 첫 인선이었던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재산 증식, 두 아들의 병역 면제 의혹으로 청문회도 열리기 전에 자진사퇴했다. 이명박이 GH와 협의 하에 지명한 것으로 알려진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도 개인 비리로 물러났다. GH는 여야의 정부조직 개편안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음에도 장관 후보자를 강행 발표했다. 야당이 반발하면서 정권 출범도 전에 여야 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런 ‘나홀로’ 독불장군식 인사 방식을 고집한다면 5년 내내 논란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무더기 낙마 가능성도 독불장군식 인사는 20일 시작된 정홍원 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비롯해 27일 이후에 있을 장관 청문회까지 제2의 김용준 이동흡 사태를 예고하고 있다. GH측은 “제2의 낙마는 없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내정자들은 벌써부터 도덕성과 자질 시비에 시달리고 있다.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는 것은 총리와 장관뿐이지만 청와대 수석들이 받고 있는 의혹이 커질 경우도 국정운영의 차질은 피할 수 없다. 심각한 것은 의혹이 한 두 사람이 아닌 전방위로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의혹이 제기되지 않은 내정자의 수가 더 적을 정도다. 선데이 저널 USA 리차드 윤 기자 http://www.sundayjournalusa.com/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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